대통령실은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면담 직후 짧은 서면브리핑을 냈다. 윤 대통령은 박 위원장으로부터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하고,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특정 인물에게 2시간20분을 할애해 면담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전공의들 사이에서 입지가 불안한 박 위원장의 상황을 존중해 최대한 짧게 결과 브리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박 위원장은 면담 이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윤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만족스럽다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사진도 공개하지 않은 대통령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면담한 사실을 오후 5시께 발표했다. 두 사람의 면담이 끝난 이후다. 오히려 박 위원장이 전공의들에게 “대통령과 만나기로 했다”고 공지하면서 면담 사실이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면담 관련 영상이나 사진도 공개하지 않았다. 배석자도 성태윤 정책실장, 김수경 대변인으로 제한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최대한 박 위원장을 배려하려고 노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 위원장이 향후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를 공개했다가 어렵게 마련된 대화 분위기를 깰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면담 이후 발표된 서면브리핑 역시 전향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표현 자체가 “의료계가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와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하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는 지난 1일 대국민 담화와 비교할 때 더욱 조정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설명이다.
이날 면담이 성사되는 과정도 윤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2일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의료계 단체가 많지만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시간, 장소, 주제, 형식 등 모두 전공의 대표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위원장은 면담 이후 SNS에 ‘한 줄 감상’을 올린 뒤 전공의들에게 “대통령께 할 수 있는 선에서 평소처럼 할 말을 다 했다”며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통령실은 박 위원장의 글에 대해 논평을 자제했다.
전공의협의회 비대위는 면담 전부터 대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면담 직전 내부 회원에게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대화에는 응했지만 여전히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 정도로 대응한 뒤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고 공지했다. “지난 2월 말부터 박민수(보건복지부 2차관), 조규홍(복지부 장관) 등 수십 명의 대화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무대응으로 유지했고 그 결과 행정부 최고 수장이 직접 나왔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분열하는 전공의들
박 위원장과 비대위의 행동 뒤에는 전공의 내부 문제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직 전공의인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 성사는 ‘젊은 의사’(전공의·의대생)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박 위원장과 11인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박 위원장의 SNS 글에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이라는 댓글도 남겼다.도병욱/오현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