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신규 주택개발 사업이 멈춰 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위축 등으로 제때 착공하지 못하는 아파트 사업장이 급증해 2~3년 뒤 입주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권과 시행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10대 건설사가 올 1분기 신용 보강 등을 통해 참여한 PF 대출 규모는 총 6건, 1조3930억원으로 집계됐다. 10개 건설사 중 6곳의 부동산금융 참여 실적이 ‘제로’였다. 2020년 이후 연평균 PF 순증액이 20조원(분기당 5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시장이 약 4분의 1 토막 났다는 평가다.
시행사에서 토지비와 초기 사업비로 쓰기 위해 조달하는 단기 고금리 상품인 브리지론은 단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뿐 아니라 분양성이 높은 아파트사업조차 신규로 추진한 곳이 없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역대급’ 주택 공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시행사가 법정 최고금리 수준의 수수료를 내고 돈을 빌린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과도한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며 자금 공급이 다시 얼어붙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말 금융업계에 브리지론 추정 손실 100%만큼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하고, 브리지론을 2회 연장한 사업장은 모두 대출을 회수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 없이 충당금을 최대한 쌓을 것을 요구해 저축은행 대부분이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며 “신규 대출은커녕 기존 자금도 회수해 충당금을 적립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택 인허가와 분양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38만8891가구로, 2022년(52만1791가구)보다 25.47% 줄었다. 올 2월도 2만2912가구에 그쳐 작년 동기에 비해 30.5% 급감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옥석을 가리지 않고 금융권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통제하다 보니 우량 사업장도 부실화하고 있다”며 “주택 공급과 금융 건전성을 모두 고려한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이인혁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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