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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피아노에게 이 곡을 바칩니다"…피아니스트 50명의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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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본고장이 미국 뉴올리언스라면, 클래식 음악의 고향은 오스트리아 빈이다. 클래식 전통의 상징인 이 도시에서 39년째 새로운 예술을 시도해온 혁신적인 단체가 있다. 현대음악 앙상블 ‘클랑포룸 빈’ (사진)얘기다. 프랑스의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 독일의 ‘앙상블 모데른’과 함께 세계 최정상급 현대음악 앙상블로 꼽히는 클랑포룸 빈이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를 찾아 두 차례 연주한다. 클랑포룸 빈을 이끌고 내한한 피터 폴 카인라드 대표를 지난달 28일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현대음악의 저변을 다각도로 넓히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목표입니다. 클래식 공연에 새 음악들이 더 많이 연주되길 지향하고 있고, 한국과의 협업도 기대하고 있죠. 지금도 다채로운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관객층에서만 소비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혁신적인 작곡가들의 음악, 새로운 경험을 더 많은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어요.”

클랑포룸 빈은 현대음악 작곡가 베아트 푸러가 1985년 창단해 500여 작품을 세계 초연해 왔다. 이번 통영음악제에서도 여러 초연곡을 선보인다. 5일 통영에서 들려줄 현대음악 거장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하스의 대작 ‘인 베인’이 대표적이다. 이 곡은 현대 사회의 부조리함을 순환적 시간관념 속에 담아낸 작품.

“(이 작품에서) 클랑포룸 빈의 비르투오소(탁월한 기교와 기량을 갖춘 연주자)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완전한 암흑 속에서 24명의 연주자가 오직 서로의 소리만을 들으며 연주하는 걸작이에요.”

클랑포룸 빈의 최근 프로젝트 중 하나는 ‘50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다. 카인라드가 중국의 피아노 공장을 방문해 영감을 얻었고,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하스에게 이와 관련해 곡을 쓰면 어떨지 제안했다고.

“(제조) 공정 확인을 위해 100대 넘는 피아노를 기계로 동시에 연주하더군요. 마치 ‘음악적 열반’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최근 현대음악은 이처럼 경험하고 체험하는 방식을 향하는 것 같아요.”

단체는 오는 12월 창립자 푸러의 70세 생일, 내년 클랑포룸 빈 40주년을 앞두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의 오페라 문학을 반추해가며 극음악을 재창작한 ‘암오페라(AMOPERA)’가 다음 프로젝트다.

“‘디스토피아 발라드’라는 부제가 달린 메타 오페라 작품입니다. 여러 오페라 문학 중 16편을 추려 활용한 작품이죠. 현대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겁니다. 이를 통해 현대음악과 관객을 잇는 가교가 되려고 합니다.”

카인라드는 클랑포룸 빈의 대표뿐 아니라 세계국제콩쿠르연맹(WFIMC) 의장이자 페루초 부소니-구스타프 말러 재단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그는 전 세계 콩쿠르에서 활약 중인 한국 아티스트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한국인 음악가로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 통영음악제 예술감독을 꼽았다.

“요즘엔 기술이 발달해 완벽한 공연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아졌어요. 라이브 연주가 완벽한 동시에 아티스트만의 목소리가 들려야 살아남죠. 문지영 씨가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2015)한 이유입니다. (문지영처럼) 완벽함을 갖춘 동시에 자기만의 개성 있는 목소리를 지닌 연주자는 많지 않거든요.”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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