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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대비해 1000억달러(약 135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32개 회원국이 향후 5년에 걸쳐 1000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자금을 조성하는 내용의 군사 지원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다. 나토는 창설 75주년을 맞아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외무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패키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관리하는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의 통제권을 나토가 미국으로부터 넘겨받는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트럼프 재집권 시 불어올 수 있는 정치적 변화의 바람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인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600억달러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하원에서 막혀 있다. 이를 두고 동맹국들은 “트럼프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를 미리 보여준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무총장의 제안은 초기 단계일 뿐,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문제에 익숙한 사람들은 전했다. FT는 “동맹국들은 사무총장에게 (패키지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요청했다”며 “1000억달러에 기존 회원국들이 제공하던 원조 금액이 포함되는지 여부 등 고려할 사항이 남아있다”고 했다.
패키지가 승인되려면 32개 회원국 모두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논의 과정에서 지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헝가리 등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반대하고 있어 군사 지원 패키지에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외무장관 회의에서는 오는 10월 임기가 끝나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후임 선정을 위한 논의도 이뤄진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 회원국 90%의 지지를 받고 있어 유력한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헝가리, 루마니아 등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최종 선임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나토 외교관들은 보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