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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원유 판매가 올린다는데…美, '러 제재'로 최대수혜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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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시장에 수출하는 원유 판매가를 소폭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 주도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이 감산을 오는 2분기까지 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최근 중동 원유 기준물의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 지위를 놓고 사우디와 경쟁 중인 미국은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경제 제재 이후 원유 시장 점유율을 대폭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5월 아랍경질유 공식판매가(OSP)를 4월 대비 배럴당 최대 0.3달러 인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OSP는 사우디 아람코가 아시아 시장에 판매되는 기준물(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에 붙이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두바이유 가격에 OSP를 더해 최종 가격이 결정된다. 사우디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장 점유율 확보에 방점을 두면서 OSP를 동결했다.

로이터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에 판매되는 기준물인 두바이유의 3월 백워데이션 구조는 전월보다 배럴당 0.33달러 좁혀졌다. 백워데이션은 향후 시장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선물 대량 매도 등으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현재 공급이 타이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워데이션 구조가 좁혀졌다는 것은 공급 상황 개선, 시장 참여자들의 긍정 전망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아시아에서 고유황 연료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이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사우디산 원유의 수요가 견조할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사우디의 유전 유지 보수, OPEC의 감산 연장, 중동 산유국들 내부의 국내 소비 증가 등으로 인해 사우디가 5월 중질유 OSP도 인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동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는 하루평균 900만 배럴이다. 통상 사우디의 OSP 인상 결정은 이란, 쿠웨이트, 이라크 등의 원유 판매가의 추세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원유 금수 제재의 주요 수혜자는 미국 석유기업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제재 조치를 통해 OPEC의 시장 점유율을 상당 부분 빼앗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월간 석유 수출량은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2022년 이후 5개의 월간 신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더해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인 인도가 미국 원유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유 추적 회사 케이플러의 데이터에 따르면 3월 미국의 대(對)인도 원유 선적량은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제재 면제가 만료되는 이달 중순을 앞두고 베네수엘라산 원유 구입을 중단하면서 대체제로 미국산 원유에 눈을 돌린 것이다. 반면 블룸버그 유조선 추적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작년 최고치를 찍은 이후 하루평균 약 80만 배럴 감소했다.

맷 스미스 케이플러 수석 애널리스트는 "석유 품질 차이, 항해 시간 차이 등으로 인해 미국산 원유가 러시아산 원유 등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제재 덕분에) 미국산 원유의 시장 지배력이 올라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게리 로스 블랙 골드 인베스터스 매니저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는 동안 OPEC과 러시아 등의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어 미국의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아시아의 미국산 원유 연간 수입량은 이미 지난해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산 원유의 유럽향(向) 수송량도 지난달 하루평균 220만 배럴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6월 국제 원유 기준물인 브렌트유 가격을 산정하는 데 미국의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처음 포함된 것도 유럽이 미국 원유 수입을 늘리는 데 일부 기여했다"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미국이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데)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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