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국가들이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살포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정책은 상대적으로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은 설비투자를 할 때 투자금의 15%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올해까지는 한시적으로 10%의 추가 공제를 받는다. 설비투자 세액공제 혜택이 25%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추가 공제는 올해 일몰된다.
세액공제 혜택은 공장 가동 후 이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간접 지원 방식이다. 기업들은 반도체 공장을 짓는 시점에 곧바로 혜택을 받는 보조금을 선호한다. 세액공제는 반도체 경기가 나빠져 이익이 줄면 세금 혜택을 제대로 받기도 어렵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다른 나라처럼 우리 정부도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지만,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전력과 수력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 인허가 규제가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도 있다. 2019년 2월 SK하이닉스는 120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장 인허가 등으로 개발이 지연되면서 부지 조성 공사는 2022년 말에야 시작됐다. 반도체 팹(공장) 1기 착공은 내년 3월께로 예상된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전광석화처럼 지은 것과 대조적이다. 2021년 10월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2년5개월여 만인 지난달 말 조기 완공했다. 공장 건설 과정에 일본 정부가 지원한 자금이 1조2000억엔(약 10조7000억원)에 달한다.
우리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지원책이 미진하다는 비판이 일자 지난 27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5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고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특화단지 기반시설 기업 부담분에 대한 국비 지원 최저비율을 5%에서 15%로 상향하고,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등에 필요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업계는 “여전히 경쟁국의 보조금 정책 등에 비하면 초라하다”고 평가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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