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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이 창사 8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냈다.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광고 매출이 실적을 견인했다. 당근 광고를 이용하는 동네 점포는 지난해 말 80만 곳을 넘어섰다. 생활권을 기반으로 인근 이용자를 표적화할 수 있는 게 당근 지역 광고의 특징이다. 전단 배포 등 오프라인에 파편화돼 있었던 지역 광고 시장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년 적자’ 당근, 첫 흑자 전환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플랫폼 당근으로 지난해 매출 1276억원, 영업이익 173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2022년 영업손실 464억원을 낸 것에서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전년(499억원)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당근이 흑자를 낸 것은 2015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누적 가입자가 3600만 명에 달하는 당근은 ‘국민 중고 거래 앱’으로 불린다. 중고 거래 수수료를 따로 받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가 거래 건당 20%의 수수료를 매기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초만 해도 무료를 앞세운 당근이 적절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장기 적자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모으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이를 수익과 연결할 답을 찾을지 업계의 걱정과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당근은 돌파구를 지역 광고에서 찾았다. 동네 식당과 미용실, 헬스장 등이 전단을 뿌리며 오프라인으로 영업해온 지역 광고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전략을 썼다. 읍·면·동 단위, 걸어서 5분 거리(가게 반경 300m) 고객 등 지역 기반으로 이용자를 타깃해 광고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근의 지역 광고는 기존엔 없던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오프라인 중심으로 세분돼 있던 지역 광고를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이어서 경쟁력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3600만 명의 누적 가입자를 내세운 당근에 광고주들은 앞다퉈 광고를 태웠다. 지난해 당근 광고주와 집행 광고 수는 전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작은 동네 점포들에 더해 쿠팡, 배스킨라빈스 등 대형 브랜드들도 지역 타깃형 광고를 집행하기 시작했다.
○“수익모델 다각화해야”
당근마켓은 다양한 지역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광고 시장을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근 앱에는 중고 거래 외에 중고차 직거래, 부동산 직거래, 과외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열려 있다. 각 카테고리가 활성화되면 더 정확한 타깃 광고가 가능해진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트래픽을 기반으로 게임, 페이, 택시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했듯 당근마켓도 여러 지역 서비스를 시도하며 새 수익원을 찾고 있는 셈이다.당근이 지역 종합 포털로 자리 잡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의 직방, 중고차의 헤이딜러 등 해당 영역에 특화된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수익모델을 다각화해야 하는 것도 당근의 과제다. 지난해 전체 당근 매출 중 광고 매출 비중은 99%에 달했다.
적자가 이어지는 자회사 당근페이와 해외 법인 매출도 끌어올려야 한다. 지역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당근페이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77억원으로 전년(80억원)보단 줄었지만, 수익은 못 내고 있다. 당근의 캐나다와 일본 법인도 지난해 각각 74억원, 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