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꽁치~오징어~오징어~두부~두부~순두부~순두부~비지~비지~시금치~시금치"
배우 이병헌의 입에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속 제주 시골 마을 트럭 만물상 동석의 목소리가 나오자 이탈리아 라 꼼빠니아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피렌체의 라 꼼빠니아 극장에서 제22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이병헌 특별전이 개최됐다.
이날 이병헌은 한 이탈리아 관객의 즉석 요청에 단숨에 동석으로 변신해 꽁치, 오징어, 두부 등을 두 번씩 강조해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 피렌체에서 특별전을 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인사했다.
이어 영화, 그리고 배우로서의 삶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화와 극장을 처음 접했다고 밝힌 이병헌은 "1970년대 우리나라 극장은 오징어 굽는 냄새, 담배 냄새, 칠하지 않은 시멘트벽 냄새, 아이들의 오줌 냄새가 섞인 오묘한 냄새가 났다"면서 "그 냄새가 나면 반사적으로 가슴이 콩닥거렸다"고 털어놨다.
영화배우로 성공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네 편의 영화가 내리 망하고, 5번째 영화인 '내 마음의 풍금', 6번째 영화인 '공동경비구역 JSA'로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달콤한 인생'을 찍을 때를 언급했다. 이병헌은 "거울을 보며 '내가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결과물을 보고 나면 만족스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할리우드 진출과 관련해서는 "한국에서 계속 영화 활동하다가 할리우드 작품 몇 편을 하게 됐는데, 영어를 말하는 것과 영어로 연기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탈리아 영화에 출연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이탈리아 문화를 모르는 한국인 역할을 준다면 신나게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좋아하는 이탈리아 영화로 '시네마 천국'과 '인생은 아름다워'를 꼽았다.
이병헌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다. 이 작품으로 글로벌 인기가 높아졌다.
이병헌은 "외국에 가면 그간 출연한 영화를 설명해도 나를 몰라보다가 '오징어게임'에서 게임의 총지휘자인 프론트맨으로 나왔다고 하면 반응이 달라져서 섭섭할 때가 있다"며 웃었다.
이어 '오징어게임 2'에 대해 "시즌 2라서 보는 게 아니라 정말로 재미있어서 본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