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계란 소비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15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계란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계란 소비량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4분기 국내 대형마트들의 평균 계란 판매량은 9111만개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하며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음식점들의 계란 구매량은 1년 전보다 4.3% 증가할 전망이다. 계란 생산량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일평균 계란 생산량은 4810만개로 전년(4646만개) 대비 3.5%, 평년(4556만개)보다는 5.6% 증가했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급이 받쳐주기 때문에 계란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계란 한 판(30구)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6097원으로 1년 전(6317)보다 3.5% 하락했다. 닭고기 가격도 안정세다. 전날 기준 육계 1㎏의 평균 가격은 5895원으로 전년 동기(6080원)보다 3.0% 떨어졌다.
이런 가격 흐름의 '일등 공신'으로는 성공적인 AI 방역이 지목된다. 주로 겨울 철새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고병원성 AI는 전염 속도가 빠르고, 대규모 살처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양계 농가는 직격탄을 맞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31건으로 4년 만에 가장 적었다. AI로 인한 닭과 오리 등 가금 살처분 규모는 약 360만수로 2008년(1020만수) 이후 최소치다.
최정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이번 겨울에는 특성이 다른 두 종류의 AI가 동시에 발생해 대규모 피해 우려가 컸다"면서 "최근 5년간 AI 발생 분포와 위험 요인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선제적으로 방역 조치했고, 농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협조한 결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계란과 마찬가지로 고공행진 하는 사과 가격을 잡으려면 올 여름철 병해충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봄철 냉해와 여름철 병해충 피해로 지난해 사과 생산이 30%가량 줄었다"며 "이상 기상에 대한 대비와 병해충 방제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