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손준호(31)가 중국 당국에 구금됐다가 10개월여만에 풀려난 소감을 직접 밝혔다.
손준호는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사가 많이 늦었다"며 "저는 무사히 돌아와 가족들과 평안한 시간을 보내며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며 "오랜 시간 잊지 않고 관심 가져주시고, 기다려주시고, 걱정해주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손준호가 직접 전한 근황에 축구계 동료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동국은 "무사해서 다행"이라며 "몸과 마음 둘 다 빨리 추스르고"라고 응원했고, 수원 삼성 블루윙즈 미드필더 김보경도 "회복 잘하자"고 글을 남겼다.
전 전북 현대 골키퍼였던 홍정남은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었을 텐데 정말 다행"이라며 "너무 고생 많았다"고 적었고, 한국계 싱가포르 축구 국가대표 송의영도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라며 "고생했다"고 안도했다.
중국 산둥 타이산 소속으로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던 미드필더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하려다 연행됐다. 이어 비(非) 국가공작인원(비공무원) 수뢰 혐의로 형사 구류(임시 구속)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아왔다. 중국 공안은 지난해 6월 형사 구류 기한이 만료되자 구속(체포) 수사로 전환했다.
비공무원 수뢰 혐의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따라서 손준호가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거나 산둥으로 구단을 옮기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손준호 측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손준호의 근황에 관해 공개되지 않아 우려를 자아냈지만, 10개월여 만에 석방됐고, 25일에야 귀국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친분이 깊던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달수네 라이브'에서 손준호의 심경이 전해지긴 했지만, 그가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박 위원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손준호였다면서 "제가 받자마자 손준호 선수가, 다 큰 사람이 울더라"며 "계속 울면서 '고맙다', '많은 사람이 신경 써주고 관심 가져 주고 잊지 않아 줘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한 손준호의 귀국 과정에 대해 "긴박했던 것 같다"며 "지난주에 이미 석방된 상태였는데 (중국에서) 비행기 타고 한국에 내릴 때까지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잡혀갈까 봐 무서웠던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1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해야 했지만, 손준호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맨몸운동'을 하며 몸을 유지했고, 정신적, 신체적으로 회복된다면 올여름이라도 복귀를 희망한다는 입장이다. 손준호의 에이전시인 NEST 측은 당분간 손준호가 가족과 지내며 회복에 집중한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