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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알려준 '웰스파고 CEO'…불법 리딩방 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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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등에 단체 대화방을 만든 뒤 투자 정보나 매매 방식을 공유하는 이른바 불법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등 수법도 이전보다 진화했다. 몇 달간 인터넷 곳곳에 허위 정보를 뿌려놓은 뒤 AI가 이를 학습하도록 해 투자자를 현혹하는 식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국내외 주요 플랫폼 곳곳엔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인 김태철이라는 인물이 ‘경제적 자유의 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별도 링크나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지만 사실상 리딩방 영업을 위한 허위 정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구글 AI 검색 결과나 챗GPT 등 AI 서비스에 문의하면 ‘김태철은 금융 지식이 높은 전문가’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간 불법 리딩방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 특정 유명인을 직접 사칭해 영업해왔다. 하지만 요즘은 한층 진화한 양상이다. ‘비(非)유명인’ 계정을 꾸며 밑단부터 허위 정보를 촘촘히 뿌리는 게 특징이다. 언론사나 기자를 사칭해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식이다. 이렇게 온라인 곳곳에 ‘작업’을 해둔 뒤 AI 검색을 악용해 투자자를 오도한다. AI는 온라인상의 단순히 정보를 모아 요약해 줄 뿐 사실 여부까지 가려서 정보를 전달하진 않기 때문이다.

이들 리딩방은 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유료 회원이나 자체 플랫폼을 통한 투자자를 모집한다. 이른바 ‘웰스파고 리딩방’은 웰스파고 펀드 출시까지 예고하고 있다. 수익률을 보장할 테니 투자금을 입금하라는 얘기다. 매수세를 유도해 주가를 띄우기도 한다. 리딩방 일당이 지난 22일부터 추천한 HB솔루션은 25일 한국거래소가 스팸 관여 과다 사유로 투자주의종목으로 일시 지정했다. 영리 목적 광고 신고 건수와 거래량이 함께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당국은 대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허위 정보를 매일같이 일일이 모니터링할 수도 없다. 리딩방을 비롯한 유사 투자자문업 영업·운영이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개인 간 사적 대화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 역시 단속이 어려운 이유다. 사생활 보호 때문에 불법 행위 증거를 확보한 내부자의 제보가 없는 한 금융감독당국이 조사나 제재에 나서기 어렵다. 한 IT업계 전문가는 “온라인상 허위 정보가 많을수록 AI가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며 “투자자들이 교차 검색 등을 통해 정보를 직접 검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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