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주춤했던 국내 증시가 이달 들어 일부 글로벌 지수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형주 순매수 기조 속 시가총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만 대형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며 코스닥시장은 2개 종목 상승분을 제외하면 오히려 연초 대비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2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지수 변동률(YTD)은 3.85%다. 코스닥지수는 5.15%로 코스피 지수보다 더 많이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지수(8.69%)와 S&P500(9.09%), 닛케이225지수(21.89%)보다는 낮았지만, 다우존스지수(4.23%), 러셀2000(2.00%), 영국 FTSE(2.56%), 중국 상해 종합(1.73%)보다 높았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도 늘었다. 유가증권시장 시총은 작년 말 2126조원에서 26일 기준 2248조원으로 올해 122조원 늘었다. 코스닥시장도 같은 기간 431조원에서 436조원으로 5조원가량 늘었다.
일부 대형주의 상승세가 지수 상승을 대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으로 34조원이 증가했다. 금융업종은 52조원, 운수장비는 25조5000억원 늘었다. 사실상 '기업 밸류업 방안'의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주와 반도체가 시총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바이오주인 알테오젠과 HLB의 시총이 16조원 증가했다. 두 종목의 증가분을 빼면 코스닥시장 전체 시총은 작년 말보다 12조원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가의 선호도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2차전지를 끌어 올렸던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는 국내 증시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작년 말(12월 29일) 52조7537억원에서 지난 25일 55조2615억원으로 3조원가량 늘었다. 그러나 올해 초(1월 2일) 기준으로 보면 59조4949억원에서 오히려 4조원이 줄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자금이 증시를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존 주도주, 특히 대장주가 연일 52주 신고가가 속출하며 많이 오른 종목이 한 번 더 오르고 있다"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이들 종목 중심으로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수급은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서 13.9조원을 순매수하며 시장 지분율도 10년 평균인 33%를 넘어섰다"면서 "외국인 순매수 우위 종목인 반도체, 은행, 자동차, 기계 업종이 주가 강세를 보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3월 증시 상승세가 4월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연구원은 "글로벌 지수 전반에 걸쳐 단기적인 상승 속도 부담이 쌓인 가운데 외국인 순매수도 일시적인 정체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1월 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최근 상승세가 '과열'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향후 기술적 과열에 따른 조정이 나온다면 큰 조정보다는 '작은 조정'일 것"이라고 전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