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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 보낸 101마리 한국 젖소…"낙농 보은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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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처음 계획한 때부터 매 순간이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한국 젖소가 원조 목적으로 국외로 나간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것도 100여 마리가 한 번에 움직였으니….”

얼마 전 네팔에서 돌아왔다는 이혜원 헤퍼코리아 대표(사진)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26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이 대표는 한국 젖소를 네팔로 보내는 후원 사업을 주관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자 쉼 없이 그간의 ‘고생담’을 쏟아냈다. 각종 ‘고생’을 얘기했지만 ‘성취’와 ‘뿌듯함’ 같은 감정이 그의 어조 곳곳에서 묻어났다. “70년 전 젖소를 원조받은 국내 낙농업계에서 ‘우리도 이제 은혜를 갚을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격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비영리 국제개발단체 헤퍼코리아는 미국에 본사를 둔 헤퍼인터내셔널의 한국 지부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헤퍼인터내셔널의 원조 사업을 후원해왔다. 전 세계 빈곤 농민들이 지속적으로 생계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 취지에 공감하면서다. 2015년 네팔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구호 활동에 자원해 참사 현장을 방문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현지인들이 다시 일어설 생산 기반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열망이 2020년 9월 헤퍼코리아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6·25전쟁 직후 헤퍼인터내셔널은 1952년부터 1976년까지 총 44차례에 걸쳐 젖소 897마리를 포함해 가축 3200여 마리를 한국에 보냈다”며 “얼굴도 모르는 미국 후원자들이 한국을 도왔듯, 우리도 해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많은 사람이 동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헤퍼코리아는 지난해 5월부터 네팔에 보낸 우수 품종의 한국 젖소 101마리를 후원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헤퍼코리아가 보낸 젖소 101마리 중 임신한 젖소는 74마리다. 이 중 경기 남양주에 있는 서울우유 순흥목장에서 자란 ‘토실이’가 지난달 6일 현지에서 송아지를 낳았다.

이 대표는 “예정일보다 산통이 빨리 와서 수의사가 도착하기 전 제가 네팔 현지 활동가와 소매를 걷어붙이고 송아지 출산을 도왔다”며 “노심초사하던 순간 건강하게 태어난 암송아지를 보고 모두가 많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으로 나온 암송아지에게 네팔 현지 농민들은 ‘감사’라는 이름을 지어 붙였다.

그는 원조의 의미를 묻는 말에 “연쇄효과를 낳는 나눔”이라고 답했다. 원조가 일회성 기부에 그치지 않으려면 원조하고 받는 사람 모두 ‘자발적인 책임감’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원조받은 젖소를 잘 키워 태어난 새끼를 주변 농가에 선물로 전달하면 ‘내가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나눔의 연쇄효과가 실현되는 것”이라며 “나눔이 계속 선순환을 그리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젖소를 키우고 관리할 수 있는 네팔 현지 낙농마을 조성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빈곤국 농가에서 우유를 매집해 인근 학교에 유제품을 무료로 배급하는 ‘밀크 포 스쿨’ 사업도 확장한다.

이소현 기자/사진=이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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