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6일 16: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이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완판’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이 국내외 자금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을 통한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 27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 뒤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있다. 교보증권이 단독 주관사를 맡았다.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한양증권이 인수단에 포함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한은행의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다.
수요예측 결과 2700억원 모집에 7480억원의 매수 주문이 접수됐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관사와 발행사는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논의할 전망이다. 조달 금리도 예상보다 낮게 책정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당초 공모 희망 금리는 연 3.80~4.50%로 제시했다. 연 4.15% 수준에서 목표 물량을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은행은 자본 확충을 위해 국내 자금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BIS 총 자기자본비율이 0.14%포인트(p)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사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는 게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까지 하락하면서 고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에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사 자본성증권 발행 경험이 풍부한 교보증권이 단독 주관사를 맡은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최근 발행사들이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리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교보증권은 중소형 하우스지만 자본 확충을 위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딜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들어서도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조달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향후 등장하는 금융사 자본성증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KB국민카드는 국내 여신전문금융회사 최초로 공모방식을 통한 신종자본증권을 다음 초 발행할 계획이다. 2500억원 규모다.
한편 신한은행은 외화채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달러화 후순위채 조달을 목표로 발행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규모는 5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물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발행하는 달러화 자본성증권이 등장하는 건 2022년 6월 교보생명 신종자본증권 이후 처음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코코본드(AT1) 상각 사태 이후 국내 기업 외화 자본성증권이 처음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