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이 거짓 유상증자나 회계분식 등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사례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당국은 올해 합동대응체계를 통해 이러한 '좀비기업'을 적시 퇴출함으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상장폐지를 피하려 가장 납입성 유상증자, 회계분식 등 불공정 거래를 한 부실기업 사례를 발견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상장사 한 곳은 대규모 손실로 상폐될 위기에 내몰리자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이 거액의 유상증자를 통해 상폐 요건을 피했다. 이후 주가가 상승하자 증자대금을 횡령하고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보유 중인 차명주식을 고가에 매도해 부당이득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상장사는 자산을 과대계상해 상폐 요건을 피한 후 최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팔아 부당이득을 챙겼다. 회사는 분식 재무제표를 통해 수년 동안 1000억원대 자금을 조달해 기존 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이같은 불법행위는 좀비기업 퇴출을 지연시켜 주식시장 내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선순환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투자자 피해를 일으키는 등 중대 범죄행위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지난해 상장폐지된 상장사 9개사는 거래가 정지되기 전 2년 동안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통해 3237억원을 시장에서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3년 동안 실적 악화 등으로 상폐된 기업 44개사 중 37개사에서 불공정 거래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부정거래 7건, 시세조종 1건, 미공개·보고의무 위반 7건 등 15개사는 증권선물위원회 의결 등을 통해 조치를 마쳤다. 나머지 22개사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상장하기 부적절한 기업이 신규 상장을 위해 분식회계나 이면계약 등을 한 혐의가 확인되면 조사·감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상장 당시 추정한 매출액 등 실적 전망치가 실제 수치와 크게 다를 경우 전망치 산정의 적정성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금감원은 불공정 거래로 연명하면서 시장을 좀먹는 좀비기업을 적시 퇴출하기 위해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조사 1~3국, 공시심사실, 회계감리 1~2국 등 관련 부서의 합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 연중 집중 조사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출이 지연된 좀비기업들이 주식시장에 기생하면서 정상기업의 자금조달을 막고 있다"며 "결국 상폐로 이어지면서 투자자 피해를 확산하고 주식시장 신뢰와 가치를 저해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이 되는 만큼 좀비기업을 적시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