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소식에 집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GTX A노선 수서~동탄 구간이 30일 운행을 시작한다고 하니 수서 역세권은 집값이 2억~3억원 급등했고 동탄 역세권도 5억원 이상 폭등했습니다. 기존 90분이 걸리던 거리를 2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고 하니 이용자가 몰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열차가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출근 시간 배차간격은 17분, 기타 시간대는 20분이라고 합니다. SRT 노선을 공유하기에 배차간격이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고 합니다. 한 번에 탈 수 있는 인원이 1000명가량이니 GTX를 타고 출근하려면 한 시간 전에 가 있어야 할 전망입니다.
출근길에 자칫 한 두 번 놓치면 지각할 수 있으니 동탄에서는 동탄역 주변 초역세권 아파트만 효과를 볼 것 같습니다. 출근 시간 수서역에서 동탄역으로 가는 이들은 얼마나 있을까요. 수서역 주변은 아파트보다 퇴근 후 GTX를 타러 몰려드는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F&B 사업이 잘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러면 GTX A노선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은 어떨까요. 역시 파주 운정역에서 탑승객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 직장이 있는 이들은 최대한 GTX를 이용할 테고, 그러면 중간에 있는 킨텍스역이나 대곡역, 연신내역 등에서는 출근 시간대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될 것입니다. 주변 호재도 금방 사그라들 겁니다.
GTX B노선도 송도에서 신도림역이나 여의도를 오가면서 출근 시간에 큰 도움을 받겠지만, 인천시청이나 부평역 주변이라면 그냥 지하철을 이용할 겁니다. 마석에서도 청량리로 가는 분들이 주로 이용하면서 평내호평, 별내, 망우에서는 이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GTX C노선도 덕정에서 대부분 타면 청량리까지 올 것 같습니다. 출근 시간대 의정부나 창동, 광운대역에서는 덕정에서 타고 남은 자리만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안산 상록수역에서도 출근 시간 만차로 운행해 금정이나 과천에서는 그냥 지하철을 타는 승객이 많을 것 같습니다.
즉
GTX 노선의 출발지점에 있는 도시 중에서도 역세권에 있는 아파트라면 가격이 오르겠지만, 역세권에서 떨어진 곳이라면 탑승 인원 제한 때문에 자칫 지각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중간역에 거주한다면 역세권이라 할지라도 출근 시간에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퇴근길에 저녁 식사하고 술자리를 가져도 집에 빨리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수서, 서울역, 양재, 여의도, 신도림, 청량리 주변의 상권은 살아날 것으로 보입니다. GTX 호재라고 다들 들떠 있지만, 조금 지나면 이러한 문제들이 드러날 겁니다. 퇴근 시간 GTX는 요금도 비싸고 배차간격도 길기에 저녁 늦은 시간 택시를 타던 이들이 주로 이용할 전망입니다.
이전에도 KTX 천안아산역이 생기면서 서울에서 출퇴근할 수 있다고 얘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과연 몇 명이나 출퇴근하고 있을까요. ITX로 용산에서 춘천까지 출퇴근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용객이 없어 배차간격이 1시간이라고 합니다. GTX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아는 순간에 GTX 호재가 바로 양극화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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