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1993년 창사 이래 첫 전사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그동안 점포별 희망퇴직 사례는 있었지만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첫 연결 기준 적자를 낸 상황에서 경영 효율화 작업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 오후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공고를 게시한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특별퇴직금 월급여 24개월분과 생활지원금 2500만원, 직급별로 전직 지원금 1000만∼3000만원 등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점포별이 아닌 전사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1993년 창사 후 처음이다. 연초 폐점을 앞둔 상봉점, 천안 펜타포트점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전사로 인력 효율화 작업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해 말 이마트 직원은 전년보다 1100명가량 감소한 2만2744명이며 평균 근속 연수는 13년이다. 이마트와 함께 편의점 이마트24, 기업형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오프라인 3사 기능 통합 과정에서 경영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최근 사업보고서에서 "저비용 구조를 확립해 수익성 개선을 지속하겠다"며 "업무 전반에 간소화 프로세스를 구축해 인력운영과 배치를 최적화하고 비핵심 자산 효율화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자회사 신세계건설 부진 여파로 연간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469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1357억원)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본업인 대형마트 중심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7%가량 감소한 1880억원이었다.
유통업이 전자상거래(e커머스) 중심으로 전환된 점과 전망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e커머스 강자로 꼽히는 쿠팡은 지난해 2010년 창사 후 첫 연간 흑자를 냈고, 매출도 30조원 고지를 넘어서 이마트를 추월했다. 쿠팡뿐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e커머스 업체들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께부터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하고 성과주의에 초점을 맞춘 인사제도 개편을 본격 가동하고 나선 시점이어서 주목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수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 희망퇴직을 선택한 직원에게는 합당한 보상과 함께 새로운 출발에 대한 최선의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