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대선 후보’라는 한 카테고리로 묶기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1)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은 너무나 다른 인물이다. 2020년 대선 전후 미국의 경제·외교 전략은 완전히 바뀌었다. 또 한 번의 충격에 대비해 세계는 오는 11월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후보만큼이나 뚜렷하게 대조를 이루는 이들이 있다. 캠프 측근들이다. 바이든 캠프의 주역은 선거판에서 활동해온 민주당 전략가들이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의 대선 승리도 이들 없이 불가능했다고 할 정도다. 트럼프는 주위를 ‘워싱턴 비주류’로 채웠다. 골프 캐디, 군인 등 기성 정치와 거리가 먼 이들이다. 재임 당시 본인의 뜻에 따르지 않는 보좌관들에게 실망해 충성심을 첫 번째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는 후문이다.
미국 정가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결만큼이나 치열한 측근들의 수 싸움에 주목하고 있다. 백악관과 행정부를 움직일 차세대 주역도 이들 중에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비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본부장을 조만간 대선캠프 고문에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다른 고문들에게 “감옥에서 복역한 매너포트에게서 충성심을 느낀다”고 말했고, 매너포트 역시 트럼프에 대해 여전한 충성심과 지지를 나타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가 측근을 ‘충신’으로 채우고 있다. 과거 내분, 정보 유출 등으로 시끄러웠던 트럼프 캠프는 이번에 일사불란하게 활동한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는 재임 당시 본인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보좌관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느꼈고 특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배신’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올해 대선을 위해 ‘뉴페이스’ 대신 익숙한 인물을 택했다. 정통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다. 공동 선거대책본부장인 수지 와일스와 크리스 라시비타,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제이슨 밀러와 전 백악관 정무국장인 브라이언 잭 수석고문, 스티븐 청 캠프 대변인, 댄 스카비노 보좌관 등이 캠프의 ‘핵심 6인’으로 꼽힌다.
군인·캐디·UFC 출신 ‘비주류’
40년 넘게 공화당 전략가로 활동한 수지 와일스는 대중에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와일스를 “당신이 모르는 가장 강력한 공화당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럼프와의 인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는 와일스에게 전화를 걸어 2016년 대선에서 플로리다 캠페인 공동의장으로 일해달라고 부탁했고 와일스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트럼프 및 그의 측근 선거를 도왔다. 현재 트럼프 캠프의 예산, 일정 등 모든 사안을 지휘하고 있다.크리스 라시비타는 트럼프가 좋아하는 군인(해병대) 출신이다. 걸프전에서 부상해 훈장을 받은 뒤 정치에 입문했다. 공화당 정치인들의 선거를 도우며 2016년에는 랜드 폴 상원의원의 대선 컨설팅을 맡았고 트럼프 캠프에는 2022년 말 합류했다. 네거티브에 능한 라시비타는 조용한 성격의 와일스와는 기질이 다르지만 이들은 항상 트럼프에게 단합된 의견을 제시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충신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을 강조한다. 지난 1월 15일 아이오와주 공화당 당원대회 승리를 자축하는 행사에서 트럼프는 와일스와 라시비타를 향해 “이들은 영예를 원하지 않고 단지 승리를 원할 뿐”이라며 “연설을 하는 것도, 사진을 찍히는 것도 원치 않고 그저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셜미디어 담당자도 측근으로 뒀다. 트럼프의 최장수 보좌관인 댄 스카비노는 16세 때부터 트럼프의 골프 캐디로 트럼프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트럼프 재임 당시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을 맡았고 지금도 캠프의 소셜미디어를 관리한다. 미디어 전략은 제이슨 밀러와 스티븐 청이 담당하고 있다. 밀러는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서 일했다. 청은 격투기단체인 UFC 홍보담당 이사 출신이다. 브라이언 잭 수석고문은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원의 지지와 결집을 이끌어 내는 임무를 수행한다.
부통령 후보엔 여성·非백인 거론
러닝메이트로는 트럼프의 지지층을 확대해줄 여성과 비(非)백인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캠프 책사들은 부통령 후보가 트럼프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과 복종하려는 태도 그리고 트럼프가 선호하는 ‘중앙정계 엘리트 출신’의 면모를 겸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강조했다.부통령 후보로는 공화당 상원의 유일한 흑인 의원인 팀 스콧(사우스캐롤라이나),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주지사, 39세의 젊은 5선 하원의원 엘리스 스테파닉(뉴욕), 대선 경선 주자였던 인도계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등이 언급됐다. 라마스와미는 국토안보부 장관 등 각료로 기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힐빌리의 노래> 저자인 J D 밴스 오하이오 상원의원, 그렉 애벗 텍사스주지사 등 기존 ‘트럼프 충성파’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