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와 ‘ABB’(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 대구시가 육성 중인 5대 미래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유치가 활발해지고 있다.
대구시는 민선 8기가 시작된 2022년 7월 후 이달까지 총 31개 사에서 8조3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구시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유치한 4조5000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31건의 투자 유치 양해각서(MOU) 가운데 미래 모빌리티 분야가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ABB 분야 4건, 반도체 분야 3건, 헬스케어(의료) 분야 3건, 로봇 분야 2건이었다.
투자 유치 협약이 가장 많았던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엘앤에프의 투자가 두드러진다. 엘앤에프는 2022년 8월 국가산업단지에 있는 6500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장에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국가산단 2단계에 2조55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엘앤에프가 투자하는 부지는 국가산단 2단계 전체 산업 용지(174만2000㎡)의 32%다. 지금까지 투자한 구지 3개 공장의 14만7149㎡, 1조1000억원을 포함하면 전체 투자 규모는 총 70만6058㎡, 3조6500억원으로 늘어난다. 대구국가산단 산업용지 전체 면적 491만527㎡의 14.4%가 엘앤에프 땅이다. 면적으로는 1997년 삼성상용차의 60만1652㎡ 이후 최대다.
엘앤에프의 투자가 완료되면 총매출은 13조~17조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2년 대구 지역내총생산(GRDP)이 63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성장성이 높은 앵커기업 유치가 대구 거시경제 지표에 작용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대구시가 신산업 분야에서 이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모빌리티와 ABB 등 미래산업 목표 설정이 주효했지만 원스톱기업투자센터를 신설해 기업 입장에서 투자실행을 도운 덕분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각종 인허가 신청에서 허가까지 보통 6개월~1년 걸리지만 엘앤에프는 11일 만에 해결해주었다”며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에는 산단이 준공되기도 전에 입주가 가능하도록 용수와 전기를 우선 공급하는 등 원스톱 투자 지원과 규제 해소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원스톱기업투자센터는 엘앤에프에 필요한 대용량의 전기공급을 위해 한전과의 협의에 직접 나서 전기공급을 3개월 이상 앞당겼다. 또 오·폐수 관로도 인근 달성2차단지와 임시 관로로 연결하는 등 기업의 일을 내 일처럼 맡아 처리했다.
대구시 투자 유치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ABB와 반도체 분야다. SK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알파시티에 통합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8240억원을 투자하기로 MOU를 맺었다.
대구시는 시스템반도체를 새로운 대구 미래 산업으로 선정했으며, 지난해 1월 텔레칩스(337억원)에 이어 10월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 등 국내외 대표 기업을 유치했다. 특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D-팹 센서 파운드리 구축, 반도체 공동연구소 건립 등으로 시스템반도체에 특화된 생태계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구시는 또 지난 19일 미국 의료기업 엘비스와 인공지능(AI) 기반 뇌질환 치료 연구센터 투자협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한인 여성 최초로 스탠퍼드대 종신교수로 임명된 세계적 뇌과학자 이진형 대표가 2013년 실리콘밸리에 설립했다. AI 기반 뇌질환 솔루션을 연구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수성알파시티에 175억원을 투자해 내년 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기업가치가 5400억원에 달하는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질환을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제안하는 AI 기반 딥러닝 소프트웨어 ‘뉴로매치’다. 올해 경북대병원 등 대구 4개 종합병원과 실제 임상 환경에서 서비스를 실증할 예정이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