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의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료 시스템을 박살 내자"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 정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의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사이트 '메디스태프'에 "총선 이후에도 흩어지지 않고, 계속 누워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에 비가역적인 막대한 손상을 입혀야 한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해당 글에서 "그냥 드러누워서 빅5 병원에 막대한 피해를 줘야 하고, 많은 지방 사립 병원들을 파산시켜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나라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애초에 말도 안 되는 기형적인 시스템, 언젠가 무너졌을 시스템이니 지금 박살 내서 앞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화하는 것이 의학도로 지녀야 할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 게시물이 국민 생명과 공공 안전을 위협한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언론에 공개된 것들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사법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수사 의뢰를 통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 차관은 "'의료체계를 박살 내자' 이런 것들은 화가 나서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그것이 현직 의사가 게시한 내용이라면 국민의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 등 일반적인 게시글에 대해선 법적 대응을 하지 않지만, 전체 사회에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가 담긴 글에 대해선 진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메디스태프'는 의사 인증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다. 의정 갈등이 촉발된 후 연일 이 사이트에는 과격한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지난달 19일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하루 앞두고 집단행동에 앞서 병원 자료를 삭제하고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글이 올라왔다. 최근에는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복귀를 설득했다 비난하며 이들의 실명과 사진이 담긴 글이 올라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