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1일 15: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사진 왼쪽)이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쥐게 되면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유치한 투자금은 바이오 의약품 경쟁력을 키우는 데 쓰겠다는 구상이다. 임 사장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지더라도 지분 매각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장기적으로 지분을 추가 매입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임 사장은 동생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과 함께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두 형제는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어머니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등 모녀 측과 이사회 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장·차남이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 사장은 "주총을 통해 우리의 뜻을 이루게 된다면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유치한 투자금은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5년 안에 한미약품을 순이익 1조원을 내고, 시가총액 50조원에 달하는 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임 사장은 한미약품의 롤모델로 글로벌 제약사 론자를 꼽았다. 그는 "한미약품을 위탁 개발(CDO)과 임상대행(CRO) 전문회사로 키우겠다"고 했다. 임 사장은 이날 발표한 계획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자신의 자리까지 걸었다. 임 사장은 "계획을 실행하지 못한다면 책임을 지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미래 비전이지만 직을 걸고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종훈 사장은 "기회를 주시면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임 사장은 송 회장 모녀가 추진하는 OCI그룹과의 대주주 지분 교환 계약에 대해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임 사장은 "어머니와 동생이 경영 경험이 없다보니 충분한 검토와 이해 없이 계약을 맺은 것 같다"며 "이번 거래는 불완전 거래"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속세 때문에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회사를 운영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송 회장 모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이번 계약을 추진한 점을 저격한 발언이다.
임 사장은 국민연금에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7.6%를 보유하고 있다. 임 사장은 "국민연금이 객관성 있는 법률 기관을 통해 명확하게 한미약품그룹의 사안을 바라보고, 올바른 쪽으로 의결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11.5%를 보유해 이번 주총의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 대해선 "선대 회장과도 오랜 친분이 있으신 분"이라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추가적인 지분 매입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이번 주총 표 대결에서 지더라도 지분 매각은 없다"며 "장기적으로 지분을 사들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67%까지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