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이 발표되자 교육계가 들썩였다. 지방대 의대 인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의대를 노리는 지방 권역 학생들의 ‘의대 러시’가 일어날 전망이다. N수생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의대 지원 바람이 불면서 학원가도 분주하게 대응 중이다.
○‘지역인재전형’에 관심 집중
20일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확정하고 82%에 달하는 1639명을 지방에 배분한다고 발표하자 지방대 의대가 단숨에 입시 전략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경기·인천은 361명 증가했고 서울 지역 의대는 한 명도 늘어나지 않았다. 지방권 의대 27곳의 총정원은 2023명에서 3662명이 됐다. 지역인재전형 대상은 현재 총정원의 52.9%인 1071명에서 2000명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지방대 의대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쉬워질 것인가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서울 권역 의대의 등급 하락폭은 크지 않겠지만 지역인재전형의 경우 지원 가능한 학생이 한정돼 있고 갈 수 있는 자리는 많아져 등급 컷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특히 내신 성적을 중점적으로 보는 수시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지난해 1.2~1.4등급 선에서 형성된 의대 지역인재 전형 내신 합격선이 평균적으로 0.1등급가량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1.2등급에서 합격선이 나온 호남권 의대는 1.3등급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증원율이 두드러진 부울경, 충청권은 1.5~1.6등급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신 등급은 1등급이 가장 높다. 수치가 높아질수록 합격선이 낮아지는 구조다.
수능 성적만 보는 정시 전형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작년 기준 경희대 한의대에 지원 가능했던 누적 백분위 0.7~0.8% 수준의 학생은 지방대 의대를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고 했다.
○반수 기대에 학원가도 ‘들썩’
의대로 인재가 쏠려 이공계 인재 유출도 한층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늘어나는 의대 정원 2000명은 서울대 자연계열 입학생 수(1844명)와 KAIST 등 4개 과학기술원 신입생 규모(1700여 명)를 훌쩍 넘는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른바 ‘메디컬 고시’가 일반화될 것”이라며 “올해 입시부터 최상위권 대학 이공계 합격생의 두 배 이상이 의대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입시 기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공계 합격생 중 의대에 동시 합격할 수 있는 학생은 전체의 45.4%로 추정된다. 커트라인 하락에 따라 전체의 78.5%가 의대 합격권에 들어올 수 있다.
‘교육 1번지’ 서울 대치동은 이런 변화를 반겼다. 대학 1학년 1학기가 끝나는 6월 반수를 결심한 학생들이 대치동으로 대거 몰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 끗’ 차이로 의대에 떨어진 치대 약대 수의대 학생들은 물론 SKY 이공계열 최상위권 학생도 다수 참전할 것으로 보인다. 최민병 강남종로학원 부원장은 “현재 마음이 갈팡질팡하는 학생들이 오는 5~6월 본격적으로 학원에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당수 학원은 운영 중인 의대반 정원을 늘려 편입 방식으로 반수생을 더 받기로 했다. 서울 내 대학 재학생을 겨냥한 지역인재전형 대비 프로그램도 속속 생기고 있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현재 총 72명인 의대특별반 정원을 6월 반수생 유입에 맞춰 30~40% 늘릴 계획”이라며 “직장인도 꽤 있어 증원 후 어떤 프로그램을 짜야 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대치동 일대 부동산도 반수생 진입에 대비하고 나섰다. 대치동 원룸촌 일대는 의대 진학을 노리는 지방 출신 최상위권 학생이 많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대치동 P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증원이 확정돼 6월부터 학생이 몰릴 것에 대비해 원룸 물량을 확보 중”이라며 “재수생은 1년 계약이라 보통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을 기준으로 잡는데 반수는 단기 임대라 동일한 보증금에 월세가 150만원까지 올라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시온/정희원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