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로 일한다는 '정신승리'만으로는 직원들을 끌고 가기 어렵습니다."
'신의 직장'으로 통하던 금융감독원의 위상 추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복현 금감원 원장도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2030 직원들의 줄이탈 사태에 위 같이 밝힌 바 있다. 직원들의 이탈을 막으려면 연봉을 높이는 등 이른바 '금융치료'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직원들의 이탈에 이어 회계사 직원 부족 사태도 부각됐다. 금감원의 올해 신입직원 가운데 회계사 자격증 보유자가 역대 최저인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금감원 신입직원 120명 가운데 공인회계사 출신 직원은 1명으로 나타났다. 2017년 33명에서 2018년(17명), 2019년(14명), 2020년(11명), 2021년(10명), 2022년(7명), 2021년(6명) 등으로 매년 쪼그라들었다.
과거에는 20~30명가량이 입사하면서 '회계법인 빅4'(삼일·삼정·안진·한영)와 함께 ‘빅5 회계법인’이란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2018년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를 골자로 하는 신(新)외부감사법이 도입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회계법인 빅4 임직원들의 연평균 급여는 2021회계연도 말 현재 1억3418만원이었다. 금감원의 2022년 평균연봉(1억1000만원)을 웃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근무 강도에 비해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회계사 수요가 커진 결과"라고 말했다.
회계사 부족 사태는 물론 기존 직원들의 줄이탈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금감원 퇴직자는 지난해 49명으로 집계됐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금감원 퇴직자 13명이 취업 심사를 받았다. 이 중 절반인 8명이 MZ세대에 해당하는 4급이었다.
한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금감원 퇴직자 13명이 취업 심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MZ세대에 속하는 4급은 4명이었다. 퇴사한 4급 직원들은 법무법인 광장, 두나무, 케이뱅크, JB금융지주 등으로 이직했다.
금감원은 회계사 인력이 감소하면서 감독·검사 역량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회계사 인력이 감소하는 데다 2030직원 이탈도 이어지자 금감원은 조직진단 컨설팅에 착수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조직진단 관련 외부 컨설팅에 나서는 것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