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3년 내 반도체 세계 점유율 1위 자리를 되찾을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사장은 이날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트에 열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로, 본격 회복을 알리는 '재도약'과 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해'가 될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경 사장은 "기존 사업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반도체 1등을 유지할 수 없다"며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얻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투자와 체질 개선 활동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재투자해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연구소를 양적·질적 측면에서 2배로 키울 계획이다. 연구 인력과 R&D 웨이퍼 투입을 지속적으로 늘려 첨단기술 개발의 결과를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기흥 R&D 단지에 20조원을 투입하는 등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할 방침이다.
경 사장은 "DS부문은 V낸드, 로직 핀펫(FinFET),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등 초일류 기술을 통해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업계 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춰 왔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을 선행해서 도전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의 매출이 2022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는 12나노급 32Gb(기가비트) DDR5 D램를 활용한 128GB(기가바이트) 대용량 모듈 개발로 시장을 선도하고, 12단 적층 HBM 선행을 통해 HBM3·HBM3E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또한, D1c D램, 9세대 V낸드, HBM4 등과 같은 신공정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개발해 다시 업계를 선도하고 첨단공정 비중 확대 및 제조 능력 극대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파운드리 부문은 업계 최초 GAA 3나노 공정으로 모바일 AP 제품의 양산을 시작하고 2025년 GAA 2나노 선단 공정의 양산을 준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모든 제품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폰, 폴더블, 액세서리 등 전제품에 AI를 적용하고 △차세대 스크린 경험을 위해 AI 기반 화질·음질 고도화, 한 차원 높은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등을 전개해 나가며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통해 일반 가전제품을 지능형 홈가전으로 향상시킨다.
아울러 AI 역량을 고도화해 차세대 전장, 로봇, 디지털 헬스 등 신사업 육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예컨대, 집안에서는 갤럭시폰을 리모콘으로 활용해 모든 기기를 제어한다. 스마트 가전 및 사물인터넷(IoT) 솔루션을 통해 최적의 수면 환경을 제공하며, 기기 사용 패턴 및 알림을 통해 가족의 응급 상황을 손쉽게 확인하는 등 지능화된 기기 경험을 제공한다. 대표 보안 솔루션 '녹스'를 기반으로 개인 정보 보호도 강화한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반도체 업황 둔화로 경영 여건이 어려웠지만, 지속성장을 위한 연구개발과 선제적 시설투자를 강화했다"며 "이러한 노력 속에 2023년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인터브랜드 평가 기준 914억 달러로 글로벌 톱5의 위상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도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차세대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는 기존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미래 핵심 키워드인 AI, 고객 경험, ESG 측면의 혁신을 이어가고, 다양한 신제품과 신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조직과 추진 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