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주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로봇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해 적자 행진을 끊어낼 것이란 기대에서다. 대기업들의 투자 확대도 호재다.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도 다시 반등기에 진입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로봇 섹터 '대장주'인 두산로보틱스는 이달 들어 18% 상승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5조948억원에서 6조282억원으로 무려 1조원 가까이 불었다. 지난달 초 15만원대에 머물던 레인보우로보틱스는 8.7% 뛰어 18만원대로 올라섰다. 외국인은 두산로보틱스를 539억원, 레인보우로보틱스를 212억원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밖에 에스피지(4.3%), 로보스타(4.1%), 유일로보틱스(3.5%) 등 종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로봇주는 지난해 2차전지와 함께 단기간 급등한 대표적인 종목이다. 한때 '묻지마 투자'란 말이 나올 정도로 상승세가 가팔랐다. 지난해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티로보틱스는 각각 490%, 280%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설비 투자 등 초기 비용에 따른 적자가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또 올 초 수급이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에 몰리면서 시장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그럼에도 올해 '턴어라운드(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오면서 로봇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증권가는 특히 북미 지역에서 반도체 등 생산 공장이 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등 대규모 공장에 투입되는 '협동 로봇'(사람과 한 공간에서 일하는 로봇)이 국내 로봇 완제품 업체들의 주력 상품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로봇산업에서 제조업용 협동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50.5%에 달했다.
북미 지역의 협동 로봇 수요는 2021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동차, 반도체 산업의 비중이 높다. 올해 리비안 등 자동차 생산 공장 2곳과 삼성전자, 인텔 등 반도체 공장 4곳이 신규 가동을 시작한다. 이들 공장의 투자 규모는 50억~200억달러(약 6조6750억~26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발맞춰 두산로보틱스는 현지 판매사를 2027년까지 2022년 대비 160%가량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의 매출 중 3분의 1이 북미 지역에서 나온다. 또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해 미국 일리노이주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현지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해당 기업들은 주로 협동 로봇을 생산해왔다.
이상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체들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북미 지역에 노동 집약적인 생산 시설도 늘어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북미 지역의 협동 로봇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국내 로봇 업체들도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는 물론 유럽 지역 인건비도 지속해서 높아지면서 전 세계 협동 로봇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두산로보틱스는 북미 현지 인력을 충원하는 등 발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870억원 규모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83%를 보유하고 있다. 추후 최대 60% 수준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콜옵션도 확보한 상태다. LG전자는 지난 12일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는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달러(약 79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대표는 지난 12일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여러 제조업 기반 대기업들은 일찍부터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컸다"며 "대기업이 투자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단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오는 26일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이 회사 역시 LG전자가 초기 지분 투자에 참여했다.
업황 개선에 따라 주요 로봇주들의 실적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21억원의 영업익을 낼 전망이다. 2022년을 제외하고 매년 연간 적자를 기록한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올해 흑자로 돌아선다. 다만 티로보틱스, 로보티즈, 유일로보틱스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로봇 소재주는 여전히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수 연구원은 "국내 로봇주들은 과거 단기적인 이슈에 따라 일시적인 반등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주요 종목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상승은 기업의 '기초체력' 개선에 기인한 것"이라며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하던 과거와 분명 다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