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장기를 다른 장기로 바꾸는 기술과 인공장기 연구는 아직은 초기 단계다.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을 입증하는 것은 물론 부작용 문제도 풀어야 한다. 당장 이식할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게 생체조직 칩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중개과학기술센터(NCATS)의 다닐로 타글레 혁신연구 총책임자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DC 사무실을 찾은 기자에게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폐 칩을 보여줬다. 이 분야 세계적 석학인 그는 폐 심장 뇌 신장 등 여러 개의 칩을 동시에 연결해 만든 멀티칩도 개발했다.
생체조직 칩은 인간 세포를 활용해 장기 등 특정 조직의 기능을 그대로 수행하게 제작한 것이다. 폐 세포를 활용해 폐 칩을, 심장 세포로 심장의 역할을 하는 심장 칩을 만드는 식이다. 이론적으로 인체 내 모든 장기는 칩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타글레 총책임자는 “미래에는 생체조직 칩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칩에 여러 가지 약물을 동시에 테스트해보면서 효율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체조직 칩은 글로벌 제약사, 연구기관 등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 정밀의료뿐 아니라 재생의학적 연구개발(R&D)로도 확장 가능성이 높다. 심장 칩을 개발한 김덕호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는 “당장 칩이 장기 전체를 대체할 순 없어도 화학적·전기적 자극을 기반으로 일부는 이식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생체조직 칩을 우주로 쏘아올려 노화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우주의 6개월은 지구의 10년과 맞먹는다. 특정 약물이나 치료법이 항노화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내는 데 최적의 공간이다.
타글레 총책임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해 진행하는 생체조직 칩 우주 프로젝트도 지휘한다. 그는 “30대가 지나면 연 1%씩 근육이 소실되는데, 골격근 칩을 우주에 보냈더니 수주 안에 30%가 사라져 65세와 같은 상황이 됐다”며 “이 과정에서 노화를 유발하는 바이오마커를 찾아냈고, 이를 토대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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