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갑·을은 유권자 연령대가 20대부터 60대까지 쏠림 없이 퍼져있는 지역구다. 여야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최근 야권 강세가 두드러지지만, 전반적으로 표심이 균형 잡혀 향방을 알 수 없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곳"는 게 지역 정가의 평가다.
동대문은 17대 총선 이전엔 보수계열 정당이 ‘인물론’을 앞세워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19대 총선 이후엔 민주당 계열 정당이 승리하고 있다. 실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대문갑에서 내리 3선을 했다. 동대문을 현역인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여권 중진 이혜훈 의원에게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동대문갑·을에 각각 김영우, 김경진 전 의원을 배치해 다시 ‘인물론’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여권 중진 출신의 김영우 전 의원은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경희중·고를 나왔다. 그는 철도 지하화를 포함한 교통 및 청년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김경진 전 의원은 광주 북구갑에서 금뱃지를 단 이력이 있다. 그는 지역 교통 및 교육 관련 공약을 내걸며 차별화에 나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호남 표를 일부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김영우·김경진 전 의원 모두 고려대 동문”이라며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만큼 보다 손쉽고 빠르게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을 강력히 밀어부치고 있다. 안 의원은 “대통령 임기 3년차 선거는 정권 심판론이 우세하다”며 “먹고사는 문제가 최대 현안인데 정부가 실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장 의원은 “4년 전에 비해 많은 분들이 유세에 참여하며 호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의원은 교통 현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 의원은 동대문갑을 ‘서울 동부 교통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게 핵심 공약이다. 장 의원은 '면목선 경전철 산업'을 확정지으며 동대문을의 교통 인프라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8일 만난 유권자들은 표심의 향방을 두고 엇갈렸다. "국민의힘을 찍어 낙후된 동대문구를 바꿔야 한다(30대 직장인 남성 최모씨.)"는 입장과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민주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20대 대학원생 여성 김모씨)"라는 의견이 공존했다.
선거의 향방을 지켜보겠다는 중도층도 많았다. 제기동에서 이불가게를 하는 50대 김모 씨는 “동대문은 거대 양당의 판세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표심이 오락가락하는 지역”이라며 “총선 직전까지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휘경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40대 이모 씨는 "양당 모두 ‘비호감 싸움’이 한창이라 어떤 정당을 찍을지 못 정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동대문갑·을에 들어선 뉴타운일대가 총선 지형도를 바꾸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21대 총선에서 투표소가 설치된 아파트 19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고가 신축 대단지일수록 보수 표심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정가 관계자는 “뉴타운이 만들어지면서 유입된 보수층의 표심이 총선에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여론조사 추이에서 드러난다. 지난 펜앤드마이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리서치엔리서치에 의뢰한 동대문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 의원과 김경진 전 의원은 각각 45%, 40%의 지지를 얻었다(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4.4%포인트) 동대문갑의 여론조사 지표는 없지만, 양당 관계자들은 모두 “충분히 여유 있는 득표차로 승리가 예상된다”고 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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