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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없이 필수의료 해결하려면 건보료 3~4배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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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없이 건강보험 수가(진료비) 인상만으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3~4배 올려야 한다는 정부 입장이 나왔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는 의료개혁을 위해선 필수의료 패키지와 함께 의사 배출이 늘어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 의료계 집단행동이 전공의에서 교수로 번지면 매번 정부가 양보하면서 타협안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 고리를 끊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집단행동 고리 이번엔 끊어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7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수가 인상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건강보험료가 3~4배 이상 올라갈 것”이라며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 구상”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안에 포함된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조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앞서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5일 16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집단행동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2000명 증원’을 풀어야 합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차관은 “대한민국 의사가 현장에 한 명도 남아 있지 않다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실어 날라서 치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기간 논의하고 과학적 근거를 통해 결정된 수치까지 힘으로 뒤로 물리게 하는 게 의료계 문제의 본질”이라며 “의료계 집단행동 문화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하루 10억~20억원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병원들이 전공의를 상대로 민사소송에 나설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전공의→교수 번지면 ‘정부 타협’ 공식
정부가 이처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서다. 전공의들이 지난달 19일부터 대형 대학병원에서 이탈한 것을 의사 집단행동 1라운드라고 본다면 최근 교수들이 가세한 것은 2라운드다. 교수들은 전공의를 처벌하면 함께 사직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과거에도 같은 양상이었다. 2000년 의약분업 땐 전공의 79%가 참여하는 집단행동이 6월 20일 시작됐다. 사흘 뒤인 23일 교수들이 동참하자 이틀 만인 25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주도해 여야 중재안이 나왔다. 당시 1차 의료대란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2000년 8월 의약분업이 시행됐지만 의사들의 반발은 계속됐다. 전공의에 이어 9월 5일부터 다시 교수들이 외래 진료를 거부하는 2차 의료대란으로 이어졌다. 의사들은 “(의약분업에 대해) 안일하게 판단했다”는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낸 뒤에야 의료 현장으로 복귀했다. 당시 교수들의 진료 거부는 21일까지 17일간 이어졌다. 이후 정부는 의료계에 수가 인상, 의대 정원 10% 축소 등을 약속했다. 의사는 의료 관련 범죄가 아니면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아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 새 의료법이 마련된 것도 이때다.
“교수까지 나서긴 어려울 것” 전망도
2020년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와 의대생을 살리기 위한 협상 카드로 ‘집단행동 동참’을 활용했다. 당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전공의 파업 1주일 만에 정부가 10명을 형사 고발하자 교수들은 잇달아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기 전 타협안이 나왔고 고발도 취하됐다. 당시 교수들은 국가자격시험을 거부한 의대생을 돕기 위해 국시 채점위원을 거부하기도 했다.

교수들의 ‘집단행동 동참’ 선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실제 이들이 의료 현장을 완전히 떠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부 교수는 물밑에서 개별적으로 전공의와 전임의들의 복귀를 독려하는 등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교수와의 만남에 응하지 말라’는 행동 방침도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현/이혜인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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