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불똥이 튀고 있다. 의사가 병원에 없어 의약품 판매·유통이 줄고 임상시험이 지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의료대란이 한 달 이상 장기화하면 제약사들의 매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 중 한 곳인 A기업은 전공의 파업 이후 상급종합병원 의약품 발주량이 기존 대비 20~30% 줄었다. 외래환자 진료와 수술이 미뤄지고 입원환자도 오래 입원하지 못해 퇴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A기업 관계자는 “전국 상급종합병원 수술 건수와 병실 가동률이 평소의 40~50% 수준”이라며 “특히 진통제, 마취제, 지혈제 등 의약품이 파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사들의 영업 활동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의료인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 및 심포지엄 개최도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약 처방을 내리려면 해당 과의 과장님을 만나 (처방을) 요청해야 한다”며 “그런데 교수들이 당직까지 대신 서고 있다 보니 만나기는커녕 전화하기도 모호하다”고 말했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국내 임상시험 대부분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지는데 전국 의대 교수들까지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선 담당 교수가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를 열고 안전성을 심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 임상에 들어갈 환자들이 어떤 상황인지 분류하고 약물을 투여한 뒤 상태를 파악하는 업무는 주로 전공의가 담당한다. 항암제를 개발 중인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임상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지금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그 이후 진행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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