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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 ETF·반감기·금리인하 '3박자'…1억 찍은 비트코인,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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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을 돌파한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직전 상승장인 2021년과는 펀더멘털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이르면 연말 2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비트코인 투자가 과열된 가운데 조정에 따른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올 들어서만 80% 뛰어
17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일 국내에서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상승세가 멈추지 않아 1억500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올 들어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는 가파르다. 지난 1월 1일 5800만원대로 거래를 시작한 비트코인은 불과 석 달 반 만에 4600만원가량 올랐다. 상승률로 따지면 8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83%)와 다우지수(3.52%), S&P500지수(8.91%) 등과 비교하면 극적인 수익률이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은 것은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다. 블랙록과 피델리티, 아크인베스트먼트 등이 선보인 비트코인 현물 ETF에 자금이 들어오면서 이들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ETF 운용을 위해 비트코인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블랙록이 최근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블랙록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약 20만 개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비트코인과 같은 위험자산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내려가면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한다.

비트코인만의 호재도 있다. 다음달 반감기를 앞두면서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 시 보상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말한다. 공급이 줄어드는 것과 같아 수요가 일정하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2009년 생성된 비트코인의 반감기는 지금까지 세 차례 있었다. 반감기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다.
“과거 상승장과 다르다”
시장에서는 2021년 ‘불장’과 다르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상승장 때는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시중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도 흘러들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8270만원까지 치솟았다. 국내와 해외의 암호화폐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김치 프리미엄도 20%까지 상승했다. 그만큼 투자가 과열됐다는 얘기다. 상승폭이 컸던 만큼 하락폭도 깊었다. 2022년 5월 테라·루나 사태와 11월 FTX 파산 사태 등을 거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2000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불과 1년 만에 가격이 4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이번 상승장에서는 기관이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 올리는 만큼 과거와 같은 폭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이 글로벌 투자 자산으로 등극하면서 본격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에서 가상자산 관련 제도 정비가 어느 정도 이뤄졌고, 과거 폭락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회복했기 때문에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가 형성됐다는 것도 낙관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비트코인은 시가총액으로 1조40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전통적 현물 자산인 은(銀)의 시총을 뛰어넘었다. 이미 메타(1조2530억달러)의 시총을 제친 데 이어 알파벳(1조7860억달러), 아마존(1조8560억달러) 등도 위협하고 있다.
상승할까, 조정받을까
비트코인 낙관론자들은 비트코인이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이 12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는 올해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내년 15만달러(약 2억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도 지난 1월 비트코인이 내년에 15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표적 비트코인 강세론자인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는 최근 X(옛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이 올해 30만달러(약 3억9330만원)를 돌파할 것”이라며 “늦기 전에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단 500달러라도 사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반론도 나온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4월 이후 4만2000달러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서 투자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업체 얼터너티브에서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80점을 넘으면서 ‘극단적 탐욕(Extreme Greed)’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공포를,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

국내와 해외의 가격 차이를 뜻하는 김치 프리미엄도 최근 8%로 벌어졌다. 그만큼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높다는 뜻으로 투자가 과열됐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가를 기록하고 80% 넘게 폭락한 적이 네 번이나 된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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