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거래일 연속 올랐던 코스피 지수가 나흘 만에 고꾸라지며 2700선을 내줬다. 미국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인 영향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91% 하락한 2666.84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1조343억원어치(오후 5시 기준)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난 14일 코스피 지수는 1년 11개월만에 2700선 위로 올라섰으나 하루만에 이를 이탈했다. 코스닥 지수는 0.80% 하락한 880.46에 마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하락했다. 삼성전자(-2.02%), LG에너지솔루션(-3.85%), 현대차(-3.18%)가 큰 폭으로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1.67%), 기아(-1.25%), POSCO홀딩스(-1.02%) 등도 약세였다.
미국의 물가 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며 악재로 작용했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는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기보다 1.6%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시장 예상치(1.1%)도 크게 웃돌았다. 이틀 전에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하면서 전망치(3.1%)를 소폭 웃돌았다.
인플레이션이 재차 고개를 들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62.9%로, 한 주 전(81.7%)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04%포인트 급등한 4.292%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19~20일(현지 시간)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정례회의 결과에 따라 단기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강도 긴축을 길게 끌고 가려는 '매파적' 분위기가 감지된다면 시장에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연준 인사들의 최근 발언을 볼 때 올해 금리 인하 횟수는 2번에 그칠 수도 있어 보인다"며 "이 경우 국채 시장 금리는 연고점을 경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부터 시작될 국내 기업의 1분기 실적 시즌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적인 금리 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업종별 실적에 따라 주가의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증시 랠리에서 소외됐던 반도체 업종의 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반도체 업종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0% 상향됐다. 반도체를 제외한 기업의 영업익 전망치가 1.2%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반도체 업종은 상대적으로 빠른 실적 개선세가 예상된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 눈높이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유틸리티와 반도체, 헬스케어 업종의 호실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