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을 상대로 배당액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요구한 행동주의펀드들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모두 패배했다. 최대 지분을 쥔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낸 데다 소액주주들도 이러한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
15일 삼성물산은 이날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이익 배당안을 보통주 1주당 2550원으로 결정한 회사 측 안건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 가운데 77%가 찬성했다. 반면 행동주의펀드 측이 제안한 보통주 1주당 4500원 배당 안건은 총주식 가운데 23%만 찬성했다.
행동주의펀드 측이 제안한 5000억원 상당의 자기주식 취득 안건은 총주식 가운데 18%만이 찬성하면서 부결됐다. 지난달 삼성물산 이사회는 보통주 1주당 2550원, 우선주 1주당 26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하고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이는 총 4173억원 규모다. 지난해 3764억원보다 10.9% 늘어난 규모다.
앞서 시티오브런던, 안다자산운용,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5개 행동주의펀드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보통주와 우선주의 현금배당을 각각 주당 4500원과 4550원씩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총 배당 규모는 7364억원이다. 이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삼성물산에 자기주식 5000억원어치를 매입하라는 안건도 제안했다.
행동주의펀드를 대리한 법무법인 린은 표결에 앞서 "삼성물산의 뛰어난 실적에도 투자자들은 지속해서 손실을 봤다"며 "저희 제안에 의결권 자문사, 주요 기관투자자, 소액주주의 지지는 삼성물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지지를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동주의펀드들의 요구는 애초부터 통과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점쳐졌다. 5개 펀드가 보유한 지분율이 1.46%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이들의 주주제안에 지지하는 의견을 내면서 주목받았다.
삼성물산의 지분 7%를 쥔 국민연금이 전날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이 과도하다며 반대표를 던지면서 안건은 최종 부결됐다. 소액주주들 일부도 제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