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불쾌감을 표한 여성의 음료에 발기부전 치료 약물을 탄 한국인 남성이 싱가포르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4일 채널뉴스아시아(CNA) 등 싱가포르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싱가포르 법원은 지난 12일 피해자가 마시던 버블티에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되는 타다라필 가루를 탄 혐의로 한국 남성 김 모 씨(33)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사진을 취미로 하던 김 씨는 지난해 11월 28일 한 실내 서핑 시설에서 서핑하는 이들을 촬영하던 중 피해자의 사진을 찍었다. 피해자는 당시 남자친구 및 친구와 함께 있었다.
김 씨는 피해자의 사진을 찍은 뒤 이를 보여주려 피해자에게 다가갔으나, 피해자는 김 씨가 허락 없이 촬영한 것에 불쾌감을 표했다.
이에 김씨는 피해자가 음료와 소지품을 놓아둔 테이블을 찾아, 타다라필 가루를 물에 녹여 버블티 입구를 찢은 뒤 부었다. 피해자는 이를 마시고 어지러움을 느끼던 중 버블티 포장에 묻은 하얀 가루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의 분석에 따르면, 피해자의 음료에서 발기부전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의 한 형태인 타다라필이 검출됐다.
해당 약품은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싱가포르에선 독성 물질로 지정됐다. 검찰은 피해자가 이상 없이 회복됐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김 씨를 피의자로 특정했다. 김 씨는 CCTV를 보여주자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며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신이 사용할 목적으로 온라인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피해자와 대화할 때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피해자의 영어를 착각했고 이에 화가 나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어 성범죄를 목적으로 약을 탄 건 아니라며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에서 이러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정신과 치료를 받겠다"고 변론했다.
현지 검찰은 김 씨가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했으며 피해자의 부정적 반응에 대한 대응으로써 범죄를 저질렀다며 징역을 구형했다. 또한 김 씨가 처음에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다가 CCTV 영상을 보여준 이후에야 혐의를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싱가포르 현지에서는 남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독성 물질을 주입하는 행위는 징역과 벌금, 태형에 처할 수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