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측근을 도운 변호사 다섯 명이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게 됐다. 모두 민주당 우세 지역에 배정돼 무난하게 22대 국회에 입성할 전망이다. 이들은 법정에 이어 국회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게 된다. 이 대표를 변호했다는 것 외엔 뚜렷한 경력이 없는 이들이 대거 금배지를 달게 되면서 “이재명의 사당화가 확인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 지역구 17개에서 이뤄진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민주당을 탈당한 설훈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부천을에서 김기표 변호사가 서진웅 전 경기도 의원을 꺾고 이름을 올렸다. 김 변호사는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변호하고 있다. 경기 부천병은 이건태 변호사가 현역 중진인 김상희 의원을 제치고 공천됐다. 이 변호사는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변호를 맡고 있다.
앞서 양부남(광주 서을)·박균택(광주 광산갑)·김동아(서울 서대문갑) 변호사도 야권 우세 지역에서 공천을 받았다. 양 변호사는 당 법률위원장을 맡아 이 대표 사건 전반을 관리했으며, 박 변호사는 이 대표의 대장동 사건 및 위증교사 의혹을 변호했다. 김동아 변호사는 정 전 실장의 대장동 사건을 맡은 바 있다.
이로써 이번 총선에 도전장을 낸 이 대표 측 변호인단 일곱 명 가운데 다섯 명이 공천을 받았다. 탈락한 변호사 두 명은 친명(친이재명)계 후보와의 경선에서 패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해 변호사들을 전략적으로 영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 이후 이어지는 재판으로 이 대표가 정치적 고비를 맞을 때마다 국회에서 힘이 돼줄 인사를 택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논리적인 언변에 능한 경향이 있다”며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까지 겪은 이 대표가 계속되는 재판에서 자신을 법적으로 지켜줄 수 있는 변호인단 출신을 선호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주일에 최대 세 번까지 법정에 선 이 대표가 변호 과정을 지켜보며 직접 언변과 논리력 등을 검증했다는 점도 공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재명 변호사’라는 타이틀밖에 내세울 게 없는 후보들이 공천장을 따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시스템 공천이 정말로 이뤄졌다면 (이들이) 최종 후보가 될 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발표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지역 현역인 김성주 의원을 제치고 전북 전주병 공천을 따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윤재갑 의원에게 승리했다. ‘비명횡사’도 계속됐다. 인천 서구병에서 모경종 전 당대표실 차장이 비명계 신동근 의원을 꺾었다. 비명계 전해철 의원도 경기 안산갑에서 친명계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게 밀려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