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원(SPACEONE)'의 소형 고체연료 로켓 '카이로스'가 13일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했다. 일본 민간 기업이 주도해 개발한 첫 로켓의 폭발에 일본 곳곳에서 아쉬움이 감지된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신문)과 교도통신, NHK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원은 이날 오전 11시1분 일본 혼슈 서부 와카야마현 구시모토초(串本町)에 위치한 전용 민간 로켓 발사장 '스페이스 포토 기이(紀伊)'에서 카이로스를 쏘아올렸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발사 5초 만에 '펑'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 폭발했고, 이 여파로 발사장 주변 숲에 화재가 발생했다. 발사장 주변에도 기체 잔해가 여기저기 떨어졌다. 다만 진화 작업이 곧바로 이뤄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로켓 폭발로 인한 부상자도 없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스페이스원은 세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발사장에서 2㎞쯤 떨어진 견학장에서는 주민들이 일본의 첫 민간 로켓 발사를 지켜봤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참관객들이 모인 가운데 발사 실패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현장에서는 비명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손자와 함께 견학을 온 60대 여성은 NHK에 "옛날부터 만화 영향으로 로켓에 흥미가 있었는데 발사 순간을 직접 볼 수 있다니 꿈같이 느껴졌다"며 "하지만 실패를 하는 바람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카이로스는 그리스 신화 속 '시간의 신'에서 이름을 따왔다. 길이 18m에 무게는 23t인 소형 고체연료 로켓이다. 일본의 주력 대형 로켓인 'H2A'와 비교하면 높이는 3분의 1, 중량은 10분의 1 수준이다. H2A가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반면, 카이로스는 보관이 용이한 고체 연료를 사용해 효율성을 높였다.
스페이스원은 일본 캐논전자와 일본 중공업 회사 IHI의 자회사인 IHI에어로스페이스, 시미즈 건설,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출자해 2018년 설립됐다. 세계적으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소형 위성 발사 시장 참여를 목표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캐논전자는 카이로스에 구동계와 전자제어 관련 부품을 공급했고, IHI에어로스페이스는 로켓 엔진 부품 개발을 담당했다.
로켓 발사는 부품 조달이 지연돼 당초 2021년도 발사 예정에서 총 4번 연기됐다. 지난 9일에는 해상 경계구역에 선박이 진입해 안전상 이유로 다섯 번째 연기가 결정된 바 있다. 이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쏘아올려진 카이로스는 발사 약 50분 뒤 고도 500㎞의 지구 궤도에 위성을 진입시킬 계획이었지만 공중 폭발로 인해 차기 발사를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은 지금까지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위성을 발사해 왔던 터라 스페이스원의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컸다. 2019년 홋카이도에서 벤처기업 '인터스텔라테크놀로지'가 민간 로켓 발사에 처음 성공했지만 인공위성이 탑재된 사례는 카이로스가 처음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 발사를 통해 정보수집 위성을 소형 위성으로 대체 가능한지 검증하려 했지만 이 역시 불가능해졌다. 소형 위성 개발비는 약 11억엔(약 98억원)이 투입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스페이스원의 실패에 대해 "민간을 포함한 로켓 발사 능력의 강화는 우주 정책의 중요한 과제"라며 "원인을 분석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