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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유럽에서 앱스토어 독점 방침을 포기했다. 전용 플랫폼을 통하지 않더라도 아이폰 이용자가 앱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2008년 앱스토어를 내놓은 지 16년 만에 빗장이 일부 풀린 것이다. 관련 업계는 이런 흐름이 유럽 이외 지역으로 확대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16년 만에 막 내린 앱스토어 독점
애플은 12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이 같은 변경 사항을 발표했다. 앱 개발자가 유럽에서 자체 웹사이트를 활용해 아이폰용 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애플은 개발자들이 자체 개발한 앱을 제3자 앱 마켓에서 제공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개발자들이 앱스토어를 계속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수수료를 최대 17%로 낮추는 방안도 내놨다. 회사 측은 “올해 늦은 봄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애플은 그동안 모바일 기기에서 쓸 수 있는 앱은 앱스토어에서만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이 초창기부터 제3자 앱 마켓을 쓸 수 있도록 한 것과 대조적이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판매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최대 30%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고 있다. 앱스토어 출시 당시에는 중소기업과 1인 개발자도 앱스토어를 통해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십수 년이 지나며 애플과 구글의 과점 체제가 굳어지자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비난이 커졌다.
이번 앱스토어 개방 조치는 지난 7일부터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 디지털시장법(DMA)이 전면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DMA는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해 이들이 제공하는 운영체제(OS), SNS, 검색엔진 등 20여 개 서비스에 의무를 부여했다. 애플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이 게이트 키퍼로 지정됐다.
이들 기업은 외부 앱 및 대체 앱스토어 설치 등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허용해야 한다. 또한 자사 서비스를 경쟁 업체보다 더 잘 보이도록 하는 ‘우대 행위’도 해선 안 된다. 이런 의무를 위반하면 전 세계 연간 총매출의 최대 10%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반복적으로 위반 시 비율이 최대 20%로 상승한다.
○갈수록 거세지는 빅테크 견제
세계 각국의 빅테크 견제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애플은 4일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18억4000만유로(약 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대해 애플은 이날 EU 집행위를 상대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한국 정부도 애플과 구글의 결제 방식을 문제 삼아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국은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할 수 없도록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정했다. 애플과 구글은 법이 생긴 이후 자체 결제 방식 외에 제3자 결제를 허용했지만 수수료율을 자체 결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정해 사실상 법을 무력화했다. 작년 10월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에 475억원, 애플에 2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애플이 제재안에 항의하면서 과징금 부과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EU의 DMA와 비슷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과 스타트업의 역차별 우려가 커지며 중단됐다. 빅테크와 미국 정부도 법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이승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