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회장(사진)이 경영전략실을 통해 임원의 핵심성과지표(KPI)를 새롭게 수립하고 수시로 임원 인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KPI가 낮으면 그룹 정기 인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당근’도 제시할 예정인데, 다른 대기업보다 낮은 성과급 비중(연봉의 약 20%)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내부적으로 마련한 KPI를 토대로 이르면 다음달부터 임원진 수시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1년에 한 차례 정기 인사를 연말께 진행해온 틀을 깨고, 기대에 못 미치거나 경영상 오류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을 수시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신세계 관계자는 “인사 수요가 있거나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KPI는 수치로 측정 가능한 정량적 지표 위주로 하고,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기 쉬운 정성적 요인은 최대한 배제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작년 11월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면서 인사 제도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낸 이마트 등 주력 계열사들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성과 시스템부터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TF는 임원 성과급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기존 연봉의 최대 20% 수준에서 50% 이상으로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경영전략실 일부를 서울 테헤란로 센터필드 빌딩으로 옮겨 업무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기존에는 서울 반포 JW메리어트호텔에 집중 배치돼 있었으나 이달부터 센터필드 빌딩에서도 일부 부서를 운영한다. 정 회장이 센터필드 빌딩에 자주 출근하는 데다 경영전략실장인 임영록 사장이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개발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센터필드 빌딩 지분 약 49%를 보유하고 있으며, 본사 조직도 이 건물에 두고 있다. 정 회장과 임 사장이 수시로 만나 그룹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센터필드 빌딩엔 신세계프라퍼티뿐 아니라 신세계의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과 그 자회사 W컨셉 등 다른 계열사들도 입주해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신세계 측은 기대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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