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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늘리고 수가 인상…중소병원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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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내 처음 팔이식 수술에 성공한 대구W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14명이 365일 24시간 뇌혈관 환자를 책임지는 에스포항병원, 국내 첫 심장 전문병원 부천세종병원….

전국 각지에서 지역 중증 환자를 책임지고 있는 전문병원들이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대형 대학병원 의료공백이 커지자 정부가 이들 병원을 기반 삼아 ‘전문의 중심 병원’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환자 불편을 해소하고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집단행동 장기전 대비…의료개혁도
정부가 12일 발표한 ‘전문의 중심병원’ 육성 대책은 지난달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에도 포함된 것이다. 서울 대형 대학병원으로 경증 환자까지 몰리는 ‘환자 쏠림’은 의료 소비자인 환자 수요를 제한하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굳어진 미해결 과제였다. 전공의가 이탈해 쏠림 현상이 일시적으로 해소되자 전공의 없는 중소·종합병원 환자는 9%가량 늘었다. 이날 정부 발표는 이를 기회로 삼아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겠다는 의미다.

새로 문을 여는 병원은 연평균 하루 입원 환자 20명당 의사를 1명 이상 채용해야 한다. 정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바꿔 의사 수 산정 때 전공의를 0.5명으로 계산할 계획이다. 전문의 우선 채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1700여 명인 국립대병원 전임교수 정원도 2027년까지 1000명 더 늘리기로 했다. 의사들은 그동안 필수의료 전문의가 배출돼도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개원시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이들이 대학병원에 계속 남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전문병원 “수가 제도 개선해야”
국내 대형 대학병원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은 40%다. 미국 일본 등이 10%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비정상적인 구조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다음주 전문의 중심병원 등에 관한 토론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문의 중심병원의 이상적 모델로 꼽은 것은 전문병원이다. 이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2011년 도입된 전문병원은 뇌혈관, 심장, 화상, 주산기 등에 특화한 중소병원이다. 대형 대학병원보다 병상 수가 적지만 담당 전문의는 더 많다. 실력있는 중소병원을 의료 분야 ‘미드필더’로 키우겠다는 취지로 탄생했지만 그동안 정부 지원은 많지 않았다.

이상덕 대한전문병원협의회장(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은 “전공의 없이 전문의가 직접 수술해왔기 때문에 인력·시설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만 보상은 크지 않았다”며 “전문병원이 제 역할을 하면 환자 쏠림을 완화하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00명 증원 미루면 피해 커질 것”
의료계 일각에선 이렇게 의료전달체계가 바로 잡혀 쏠림이 해소되면 의대 정원을 확대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의대 정원 확대를 1년 뒤로 늦추자고 제안했다.

정부 생각은 다르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 이용이 일시적으로 줄면서 발생한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영구적으로’ 안착시키려면 의사를 추가 공급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도 대형 대학병원 환자가 일시적으로 줄면서 중소·종합병원이 대체재 역할을 했다. 하지만 팬데믹 후 환자 쏠림은 다시 시작됐다.

복지부는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더 늦추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할 때 증원 시기를 1년 늦추면 그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필수의료 부족 탓에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정원을 확대해도 늦었다는 의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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