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 이란이 중동에서 해·공군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자마자 독재·권위주의 국가들이 무력 시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계속되는 전쟁 여파로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고 군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들 3국은 아라비아해 오만만에서 '해상안보벨트 2024' 연합훈련을 시작했다. 이번 훈련이 1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러시아의 유도 미사일 순양함 바르야그, 초계함 샤포시니코프 제독, 중국 해군 보급선뿐만 아니라 지원 선박 10여척, 이란 해군의 헬리콥터 등이 훈련에 참여한다.
러시아 국방부는 "훈련의 주요 목적은 해양 경제 활동의 안전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 중국, 이란의 해군 함정과 항공기가 훈련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권위주의 독재 체제를 대표하는 이들 3국 합동 훈련은 2019년 처음 시작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열렸다. 올해는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오만,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표들이 이번 훈련을 참관한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 역시 "훈련 목적은 협력을 통해 역내 해양 안보를 유지하는 데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방부에 따르면 유도 미사일 구축함과 유도미사일 초계함, 종합 보급선 등이 훈련에 참가한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 역시 이번 훈련의 목적이 해상무역 보호, 해 행위와 테러 격퇴 등 역내 안보 기반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타깃을 선별해주기 위해 홍해를 지나는 민간 상선을 정찰하는 등 테러 활동에 활발하게 관여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번 훈련 역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이후 예멘 반군 후티의 홍해 무역로 위협 등으로 중동 안보가 흔들리는 때에 전격 실시됐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주도권 다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군비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펼쳐진다는 점도 주목된다.
NATO는 최근 스웨덴과 핀란드의 합류로 군사 동맹국을 32개국으로 늘리고, 발트해에서 러시아를 사실상 포위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2022년 채택한 새 전략개념에서 중국을 명시적 야망과 강압적 정책을 펼치는 안보, 이익,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 극동아시아, 오세아니아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