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라면 박스 등이 들어 있는 컨테이너 아래로 쏙 들어가 원하는 곳으로 옮겨주는 자율주행로봇(AMR), 엉망으로 적재된 수납함 속 물건을 하나씩 흡착해 들어올리는 로봇피킹시스템(RPS), 2차전지 내부 불량 여부를 4초 만에 식별하는 CT 검사장비….
이 모든 게 한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군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스에프에이(SFA) 얘기다. 이 회사는 1998년 삼성항공(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동화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종합장비회사다. 처음엔 디스플레이를 옮기는 물류장비를 개발했고, 2017년부터 2차전지·반도체·유통 물류장비 개발로 사업군을 확장했다.
올해 별도 매출 1조2080억원 목표
지난 5일 경기 화성시 본사에서 만난 김영민 SFA 대표는 “2차전지 등 비(非)디스플레이 분야 매출 비중이 2020년 42%에서 지난해 78%로 크게 높아졌다”며 “새로운 고객군을 늘려 스마트기술 기반의 종합장비 1위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5~6년 전부터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물류로봇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왔다”며 “지난해 수주잔액이 1조3026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올해는 별도 기준 매출 1조2080억원, 영업이익 1047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SFA(1조179억원)와 계열사 SFA반도체, CIS, SNU 등을 합쳐 1조8812억원이었다.성장 전략은 ‘내실과 외형’으로 간결했다. 자체 기술을 활용한 물류로봇을 개발하면서 빠른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에도 공들이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업체 STS반도체(현 SFA반도체), 전극공정장비 전문업체 CIS를 잇달아 사들인 이유다. 김 대표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옮기는 장비로 시작한 SFA가 한축으로는 제품 다변화를, 다른 한축으로는 M&A 전략을 쓴 것”이라며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2차전지 모두 물류자동화장비의 기반 기술은 동일하기 때문에 빠르게 사업을 전환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미주, 유럽서 성장 속도 가파를 것”
올해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지난해 매출은 11.7%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46.9% 감소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제조원가 상승, 신규 사업 장비의 개발비와 초기 안정화 비용, 해외사업 확대에 따른 구축비용 등으로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낮아진 것”이라며 “올해는 1~2년 전 수주잔액이 재무제표에 반영돼 매출과 수익성 모두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SFA는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AI를 적용한 RPS, AMR과 2차전지 검사장비 등 스마트 장비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해외 업체들의 AI 장비 수요가 크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미주와 유럽 지역의 성장이 가파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수주액은 26%, 해외는 74%였다.
M&A 전략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내실 성장과 함께 외형 확대를 위해 좋은 매물이 나오는지 항상 살피고 있다”며 “우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회사가 적정 가격에 나오면 언제든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화성=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