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162개의 이사회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해외 부동산 관련 대규모 손실이 현실로 나타났지만 대다수 사외이사가 침묵 속에 위기를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논의된 162건의 결의 안건에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금융그룹 전반에 걸친 위험 요인을 감시·통제해야 할 리스크위원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각 금융지주는 3~4명의 사외이사로 리스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작년 리스크위원회의 모든 보고 안건별 사외이사 활동 내역란에는 ‘특이사항 없음’ 또는 ‘특이의견 없음’이라고 적혀있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권의 가장 큰 잠재 위험 요소로 부상한 H지수 ELS, 해외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한 언급은 5대 금융지주 보고서를 통틀어 두 곳에만 등장했다.
사외이사들은 자체 평가에서 스스로 후한 점수를 줬다.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 구성원(사외이사)은 △위원회 구성 규모의 적정성 △이사회가 부여한 권한과 업무 위임의 적정성 △위원회 기능과 역할의 충실성 등의 항목에서 자신들의 활동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들 역시 위원회 구성·기능·역할·운영 및 경영진과의 의사소통이 우수하다고 자평했다. NH농협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모든 평가 항목에 스스로 최고 등급(S)을 매겼다. 이사회 전에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치기 때문에 ‘이사회 100% 찬성’이 곧 ‘거수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작년 평균 보수는 7531만원으로 조사됐다. H지수 ELS 손실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7명 중 3명의 보수가 1억원이 넘었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7명이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연임 확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임기 만료를 앞둔 이사는 27명(KB 4명, 신한 9명, 우리 4명, 하나 6명, 농협 4명) 중 74%(20명)가 이미 각 금융지주 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중임(연임)을 추천받은 상태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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