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 계양에서 선거운동을 하다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한 자신의 발언이 비판받자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제 지역구에서 사용했던 '2찍' 표현에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며 "저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했다.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상대 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모두 똑같은 주권자이고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운영의 무거운 책임을 맡고도 이 나라 주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오만 속에 국정을 손 놓고 있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 달라"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가까이, 국민의 뜻을 온전히 섬기는 정치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일 저녁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도중 한 식당에서 "1번 이재명"이라며 엄지손을 치켜들어 보이더니 "설마 2찍, 2찍 아니겠지?"라고 물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2찍'이란 지난 대선에서 기호 2번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을 뽑은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비하하기 위해 사용되는 말로, 강성 친야 성향의 지지자들이 주로 커뮤니티에서 쓰는 말이다.
이 대표는 해당 장면을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그대로 송출했다.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이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표의 지역구에 출마해 경쟁하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주민을 1찍이니 2찍이니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한경닷컴에 "모두 다 같은 계양구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유세 중에 ‘밥맛 떨어진다. 나가라’하는 분도 있었지만, 나는 그분들도 모두 존중한다"고 말했다.
앞서 원 전 장관이 지난달 28일 계양구의 한 고깃집에 들렀다가 한 테이블에 식사하던 손님으로부터 "아, 밥맛 없게. 저리 가요!"라는 말을 들었던 때를 회고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그는 "아이고, 알겠습니다. 수고들 하십시오"라고 웃으며 답한 바 있다.
해당 손님은 이후에도 식당 주인을 향해 "사장님, 아무나 좀 (가게에) 들이지 좀 마요"라며 항의했고, 원 전 장관은 다시 그 손님에게 "알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원 전 장관은 바로 옆 테이블에서도 한 여성 손님으로부터 악수를 거절당하며 "저는 민주당원"이라는 말을 들었고, 이에 그는 "민주당원이라도 악수할 수 있죠"라고 답한 뒤 웃으며 식당을 나왔다.
식당을 빠져나온 원 전 장관은 밖에서 기다리던 식당 주인이 미안해하자 "저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면서 "같이 살아야죠. 다 같이 좋아야죠"라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은 이 대표의 '2찍' 발언에 재차 "제1야당 대표가 저런 식으로 갈라치기 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비명횡사’라더니 ‘2찍은 외면’하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