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8일 돌아오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인권 신장을 촉구하는 집회와 시위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8일 오후 2시 서울 보신각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세계 여성의 날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행사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돌봄 해방, 여성해방’ 등의 푯말을 흔들었다.
참가자 황정욱 씨는 “서울에서 진행되는 집회에 아내와 참석하면 어린이집이 끝나는 오후 4시 이후에 구미에 도착해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여성에게 돌봄노동이 가중되는 문제는 남성의 적극적인 돌봄 참여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 오늘 시위에서도 딸과 함께 참석해 돌봄을 실천 중”이라고 말했다.
시위 현장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부당한 노동환경에 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정지은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공인노무사는 “사내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낙인찍히는 게 두려워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면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받는 차별과 억압이 상당하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안선영 전국교육공무직노조 서울지부장은 “여성 임금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의 65% 수준에 불과한데 가사 노동까지 부담해 이중의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임금에 돌봄노동까지 떠맡고 있는 열악한 여성의 노동환경을 성토했다.
현재 한국 여성들이 처한 역설적인 상황을 짚은 의견도 나왔다.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공직, 전문직, 대기업 고위직 등 상위 노동시장의 여성 약진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라며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여성의 돌봄 업무 과중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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