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세 불안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K방산주’가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단 안보 원칙을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로 확정되면서 세계적으로 방위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수출 족쇄로 작용한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도 호재로 작용했다. 증권가에선 국내 방산기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IG넥스원은 5.4% 상승한 17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서만 38% 올랐다.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54%) 현대로템(17%)의 주가도 고공비행하고 있다. 국내 유일한 방산 상장지수펀드(ETF)인 ‘ARIRANG K방산Fn’도 18% 상승했다. 최근 한 달 새 국내 방산주의 시가총액은 4조원 이상 불어났다.
외국인의 ‘싹쓸이’ 매수세가 방산주를 밀어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한 달 동안 외국인이 2796억원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5위다. LIG넥스원도 이 기간 외국인이 167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8위에 올랐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불안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방산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입지를 굳히면서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산 기업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20조650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20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3%에 달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통 방산 강국인 독일 등이 재래식 무기체계의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에 대응하지 못하는 틈을 K방산이 파고들었다”며 “방산 수출의 걸림돌이던 수은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향후 수출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때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전한다면 국내 방산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중심의 집단 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부정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각자도생을 위한 방산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증권가는 중동을 비롯한 신시장에 무기를 수출할 가능성이 커진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M-SAM2)의 수출이 본격화하며 지난해 말 기준 19조6000억원 규모의 수주 잔액을 확보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60% 증가한 수치다.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K9 자주포, K2 전차의 중동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폴란드에 18조원 상당의 무기 수출도 준비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이를 반영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목표주가를 종전 14만6000원에서 25만원으로 71% 올렸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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