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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68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기술·과학 예산 삭감 등과 관련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보냈다. 밀레이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의 연구 개발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세계 과학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니엘 페르난도 필무스 아르헨티나 전 과학기술혁신부 장관은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밀레이 대통령에게 보낸 두 페이지 분량의 서한을 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수상자들은 "아르헨티나 과학기술 시스템은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며 "아르헨티나 국민과 세계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결과에 절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기부 폐쇄, 아르헨티나 최대 연구기관인 국립과학기술위원회(CONICET)를 비롯한 각종 연구소의 행정직 직원 해고, 석·박사직 연구원들의 계약 조기 만료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과기부를 비롯해 중앙은행, 철도 공사 등 공공기관 및 공기업을 대폭 폐쇄하고 민영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고 각종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취지다. 연구개발 분야와 국립대학에서도 예산 삭감 및 동결이 확실시되자 국립대학들은 오는 14일 이에 반대하는 파업을 예고했다.
수상자들은 서한에서 아르헨티나가 기초 과학 연구에 대한 정부의 투자 덕분에 그간 우수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며 투자를 강조했다. 정부 지원 덕에 아르헨티나가 중남미 지역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고, 통신위성을 발사했으며 생명과학·농업·의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는 얘기다. 또한 "아르헨티나 과학자들이 없었다면 전 세계인들은 폐암과 당뇨에 대한 원인도 찾지 못했을 것"이라며 공을 치하했다.
그러면서 "과학 인프라가 없으면 국가는 무방비 상태에 빠지고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장학금 삭감으로) 석·박사 과정 학생을 줄어든다면 오랜 기간 동안 구축한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고, 다시 복구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밀레이 정권이 삭감한 모든 과학·기술에 대한 예산을 복구시켜달라"고 촉구했다.
현지 일간지 라나시온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올해 CONICET 예산을 동결했다. 지난 1월 인플레이션율 254%를 기록한 아르헨티나에서 예산 동결 방침은 실질적으로는 예산 삭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서한은 니콜라스 포세 수석 장관, 다니엘 살라모네 CONICET 회장과 아르헨티나 상·하원 의원에게도 전달됐다. 서한 말미에는 198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미국 과학자 토마스 로버트 체크 등을 비롯한 68명의 이름이 첨부됐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