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일본 반도체업체 키오시아와 협력해 일본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2018년 키오시아 지분 56%를 보유한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약 4조원을 투자해 키오시아 지분 19%를 간접 보유하고 있는 만큼 ‘HBM 협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4일 지지통신 등 외신들은 SK하이닉스가 키오시아에 HBM을 공동 생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키오시아는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이 제안에 대해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키오시아가 SK하이닉스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생산은 키오시아의 요카이치와 기타카미 공장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성사되면 두 회사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증설 없이 급증하는 HBM 수요에 대응할 수 있고, 키오시아는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첨단 반도체인 HBM으로 전환할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가 키오시아와 손잡으면 HBM 주도권을 확실히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46~49%가량 양분하고 있지만, 가장 단가가 높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3는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지지통신은 “키오시아가 SK하이닉스와 함께 HBM 생산에 나선다면 일본의 반도체산업 부활 계획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2023년부터 10년간 10조엔(약 88조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산업 매출을 15조엔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대해 “협력 방안이 있으면 논의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최근 일본 등 해외 언론에서 나오는 각종 보도에 대해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베인캐피털은 3년 전부터 글로벌 낸드플래시 업계 2위인 키오시아를 4위 WD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인해 몸집을 불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낸드 점유율(지난해 3분기 기준)이 각각 14.5%와 16.9%인 만큼 합병하면 삼성전자(31.4%)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다. 이런 점 등을 감안해 2위(20.2%)인 SK하이닉스는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HBM 수요 폭발에 힘입어 올 하반기에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지난 1일 발표했다. 노무라는 “AI 붐으로 HBM 수요가 매우 강해졌다”며 “올해 한국의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0~150% 늘어나고, (하반기) 슈퍼 사이클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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