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60% 넘게 늘며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적자 행진을 이어가던 대중(對中) 무역수지도 17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무역수지도 9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하락 등 대외 요인이 흑자 흐름을 주도하고 있어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24억1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4.8% 증가했다. 수입은 13.1% 감소한 481억1000만달러에 머물렀다. 무역수지는 42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23년 6월 이후 9개월 연속 흑자다.
반도체가 수출 호조세를 견인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99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6.7% 급증했다. 증가율 기준으로 2017년 10월(69.6%) 후 76개월 만의 최고치다. 글로벌 테크업체들이 인공지능(AI) 서버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게 ‘반도체 훈풍’으로 이어졌다.
이외에 조선(27.7%), 디스플레이(20.2%), 컴퓨터(18.4%), 바이오헬스(9.3%) 산업 등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반면 자동차(-7.8%), 철강(-9.9%), 석유제품(-3.9%), 2차전지(-18.7%) 등 중후장대 산업에선 수출이 감소했다.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하고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추정됐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수입액이 크게 줄어든 것도 무역수지 흑자에 기여했다. 지난달 주요 에너지 수입액은 138억45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20.3%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한동안 적자를 이어가던 대중 무역수지가 지난달 2억40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2022년 9월 이후 17개월 만의 흑자 전환이다.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 감소했는데, 수입이 더 큰 폭(14.7%)으로 줄어들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됐다. 대(對)미국 수출은 9.0% 증가하며 2월 기준 역대 최대 수출실적인 98억달러를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이 춘제 연휴(2월 10~17일)로 인해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든 것이 흑자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며 “대중 반도체 수출이 개선되고 있지만 흑자 기조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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