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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만병의 원인은 세포"…의학을 떠받친 과학자들의 영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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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였던 샘은 2016년 악성 흑색종 진단을 받았다. 처음 뺨에 동전 모양으로 나타난 반점은 점점 커졌고, 귀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2017년 봄, 의료진은 그에게 면역세포를 일깨우는 약물을 투여했다. 악성 종양을 보고도 지나쳤던 T세포는 그제야 암세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차도를 보이는 듯했지만 면역체계 교란으로 T세포가 간까지 공격하는 게 문제였다. 면역 반응을 억제하면 암세포가 몸 곳곳에 증식했고, 투입하지 않으면 T세포가 자기 몸을 공격했다. 샘은 그해 가을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왜 병에 걸리는 걸까.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 세포가 있다고 <세포의 노래>는 말한다. 이 책은 생명을 이루는 기초 단위인 세포를 설명한 과학 교양서다. 세포생물학 교과서와 다른 점은 친절한 설명만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한 편의 영웅담처럼 읽힌다.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싯다르타 무케르지(사진)가 썼다.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조교수이자 부속병원 종양학 전문의인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첫 번째 책인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로 2011년 퓰리처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최초로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한 이는 1670년대 네덜란드 직물 상인인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었다. 실의 품질과 결함 여부를 검사할 도구를 원했던 그는 현미경을 직접 만들어 온갖 것을 들여다봤다. 그러다 지붕에서 떨어진 물을 조금 받아 살펴봤는데, 그 안에 단세포 미생물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동시대 사람인 로버트 훅은 코르크 조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작은 방’이란 뜻의 라틴어 ‘cella’를 빌려 세포(cell)라고 이름 붙였다.

1800년대 동물학자인 테오도어 슈반과 식물학자 마티아스 슐라이덴이 동물과 식물 모두 세포가 기본 단위라는 세포 이론을 정립했고, 1950년대에 조지 펄레이드는 원심분리기로 세포 내 구성 물질을 밝혀내 현대 세포생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렇게 세포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점점 깊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의학도 급진전을 이뤘다. 전장에서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구한 수혈, 백혈병을 치료하는 골수 이식, 불임 치료에 돌파구가 된 체외수정(IVF) 등이 그런 예다.

의학 발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10년 여섯 살인 에밀리 화이트헤드는 소아암인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독한 항암제를 투여받았지만 효과가 없어 ‘CAR-T세포 치료’라는 새로운 방법이 시도됐다. 환자의 T세포에 암을 찾아 공격하는 유전자를 삽입하고 다시 몸에 집어넣는 방법이었다. 사흘에 걸친 주입 후 에밀리는 토하고 열이 치솟으며 사경을 헤맸지만, 결국 이겨냈다. 몸속 암세포는 모두 사라졌다.

저자는 미래를 낙관한다. ‘신인류’라는 말을 쓴다. 에밀리처럼 세포를 조작하고 재가공해 치명적인 질병을 극복하는 인류를 뜻한다. 인슐린을 생산하는 줄기세포를 주입받은 제1형 당뇨병 환자, 간에 자리 잡아 동맥을 막는 콜레스테롤 농도를 영구히 낮추는 바이러스를 주입받은 80대, 걷다가 넘어져 후유증으로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는 불안정한 걸음걸이를 안정시키는 뉴런 치료를 받은 사람 등을 앞으로 심심찮게 보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임상 의사는 사람을 살린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을 살린 의학의 발전은 과학자들 덕분이었다. 이 책이 전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다. 의사가 되려는 사람은 많아도 의사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더 나아가 과학자 전반에 대한 처우가 낮은 한국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효과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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