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가계소득이 3.9% 늘어 2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근로소득은 1.9% 줄어 5분기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1인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은 502만4000원으로 1년 전(503만3000원)보다 3.9%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가계소득이 0.8% 감소한 후 2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가계소득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근로소득은 316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5%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증가율은 2021년 1.3% 감소한 뒤로 가장 낮았다.
지난해 전반적인 고용 상황은 양호했지만, 취업자 수 증가세가 전년에 비해 둔화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4분기 근로소득 증가 폭이 컸던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작년 4분기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1.6% 늘어난 103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1개 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등이 오르면서 증가세가 둔화했다.
이전소득은 67만1000원으로 17.7% 급증했다. 부모 급여 등 자녀양육 관련 지원금이 늘어난 결과다. 재산소득은 전년(3만5000원)보다 1만7000원 증가한 5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0.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실질 근로소득은 1.9% 줄며 2022년 3분기(-0.4%) 이후 5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실질 사업소득은 1.7% 줄어 5분기째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다. 실질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3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1% 증가했다. 월세 지출 등 실제 주거비가 12.3% 증가하면서 소비 지출 증가를 이끌었다.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9.5% 늘며 전분기(7.9%)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오락·문화(12.3%), 음식·숙박(4.3%), 가정용품·가사서비스(11.4%) 등도 지출이 늘었다.
반면 통신(-4.3%), 주류·담배(-2.8%) 등의 지출이 감소했다. 세금·이전지출 등 비소비지출은 98만원으로 5.6% 늘었다. 소득세·부가가치세 등 경상조세가 0.5% 줄었고 이자 비용(20.0%)·사회보험료(6.5%) 등은 늘었다. 이자 비용은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전분기(24.4%)에 이어 20%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5% 늘어난 404만4000원을 기록했다.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이 4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79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오락·문화(18.9%), 음식·숙박(7.6%), 주거·수도·광열(9.2%) 등 대부분 늘었다.
실질 소비지출은 전년보다 2.1% 늘었다. 다만 식료품·비주류 음료(-3.4%), 의류·신발(-4.2%), 가정용품·가사서비스(-3.5%) 등은 지출이 줄었다. 물가 부담이 커지자 필수 지출을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