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의 처분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다. 1978년 원자력발전을 시작한 이후 46년 동안 4조4000억킬로와트시(㎾h)를 생산해 총 전력량의 3분의 1을 공급했다. 1978년 4월 상업 발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1979~1980년 전력 공급의 9%를 담당하며 당시 제2차 석유파동으로 초래된 에너지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원전이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고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그 혜택의 부산물인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우리 모두가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 첫발은 보수와 진보 정권에서 각각 실시된 공론 조사에서 권고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제정이다. 이 법은 김영식·이인선 국민의힘 의원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해 이미 10여 차례나 논의됐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민생을 외치고 있다. 진정 민생을 생각한다면 21대 국회에서 마무리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가시화되고 있다. 핀란드가 2025년 운영 개시를 앞두고 있으며, 스웨덴과 프랑스는 부지를 정하고 건설 준비 단계에 있다. 캐나다와 일본은 부지 확보에 들어갔다.
우리가 원전 수출에 진력하는 체코도 사용후핵연료 문제에선 우리보다 앞서 있다. 체코는 이미 4개의 후보 부지를 선정하고 당초 2065년까지 건설하려던 것을 유럽연합(EU)의 친환경 정책인 택소노미의 권고에 따라 2050년까지로 목표 시기를 앞당겨 추진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남은 쟁점은 영구처분장이 준비되기 전에 발전소에 임시로 저장하는 시설 규모다. 이를 ‘발전소 운영 기간’으로 할지, ‘설계수명 기간’으로 할지를 두고 합의를 못 보고 있다고 한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라는 국가적 과제의 해결 입장에서 보면 소소한 문제다. 김영식 의원이나 이인선 의원의 입장은 여러 번 특별법 통과를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 ‘발전소 운영 기간’을 굳이 고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해 윤석열 정부의 중장기 원전 정책에 제동을 걸겠다는 심사로 보인다. 이는 온당치 않다. 사용후핵연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현세대의 의무이지, 미래를 논하는 과제가 아니다.
중장기 원전 정책과 관련해 법이 필요하다면 이는 22대 국회에서 할 일이다. 21대 국회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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